장지혜 사회부 차장
"덕(德)을 쌓지 못했죠."
최근 학교법인으로부터 해임된 최순자 인하대 총장을 두고 학교 구성원이 건넨 말이다. 일에 대한 열정은 있었으나 다른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추진 과정이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2015년 최 총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작된 학내 잡음은 해를 거듭하면서도 끊이지 않았다. 철학과와 불어불문학과 등이 취업과 거리가 멀다며 폐지에 나서고, 교수사회를 개혁하겠다며 절차 없이 칼을 빼 들고, 꽃 피는 계절이 보기 좋다며 전국 최초로 졸업식을 4월로 강행한 전력들이 대표 사례다. 학생·교수·직원들은 점점 염증을 내는 듯 보였다.

재작년 3월 학교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프라임사업 때문에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최 총장이 본인 주장만 늘어놓자 "우리 얘기도 좀 들어주세요"라고 호소하던 한 학생의 지친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여곡절 끝에 총장직을 상실했는데도 학교는 최 총장 재임시절 적자규모를 발표하며 최소한의 온정조차 베풀지 않고 선을 그었다.

총장이 쌓아야 했던 덕이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다수 구성원이 반대하는 일이 있다면 내 생각이 잘못되지 않았나 되돌아보는 '자기성찰' 아니었을까. 모든 일의 목표를 개인적 출세와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올바른 학교 성장에 두는 리더의 덕을 보여줬다면 상황은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런 최 총장이 이제는 재단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구제신청을 검토중이라고 알려졌다. 재단은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를 수행한 것인데, 그 교육부에 다시 소청심사를 제기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인하대는 이 모순된 상황을 주도한 기관으로 치부돼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더군다나 심사를 진행하는 동안 인하대의 차기 총장 선출은 '올스톱'되고 만다. 결과에 따라선 총장 없는 대행체제로 얼마나 갈지 기약도 못하는 상황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보게 된다. 선택은 최 총장에게 달려 있다. 모교이자 자신이 수장으로 지냈던 학교에 덕을 보여주는 일이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