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취재수첩] 총장이 쌓아야 했던 덕   

장지혜 사회부 차장

2018년 02월 08일 00:05 (목)
"덕(德)을 쌓지 못했죠."
최근 학교법인으로부터 해임된 최순자 인하대 총장을 두고 학교 구성원이 건넨 말이다. 일에 대한 열정은 있었으나 다른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추진 과정이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2015년 최 총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작된 학내 잡음은 해를 거듭하면서도 끊이지 않았다. 철학과와 불어불문학과 등이 취업과 거리가 멀다며 폐지에 나서고, 교수사회를 개혁하겠다며 절차 없이 칼을 빼 들고, 꽃 피는 계절이 보기 좋다며 전국 최초로 졸업식을 4월로 강행한 전력들이 대표 사례다. 학생·교수·직원들은 점점 염증을 내는 듯 보였다.

재작년 3월 학교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프라임사업 때문에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최 총장이 본인 주장만 늘어놓자 "우리 얘기도 좀 들어주세요"라고 호소하던 한 학생의 지친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여곡절 끝에 총장직을 상실했는데도 학교는 최 총장 재임시절 적자규모를 발표하며 최소한의 온정조차 베풀지 않고 선을 그었다.

총장이 쌓아야 했던 덕이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다수 구성원이 반대하는 일이 있다면 내 생각이 잘못되지 않았나 되돌아보는 '자기성찰' 아니었을까. 모든 일의 목표를 개인적 출세와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올바른 학교 성장에 두는 리더의 덕을 보여줬다면 상황은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런 최 총장이 이제는 재단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구제신청을 검토중이라고 알려졌다. 재단은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를 수행한 것인데, 그 교육부에 다시 소청심사를 제기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인하대는 이 모순된 상황을 주도한 기관으로 치부돼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더군다나 심사를 진행하는 동안 인하대의 차기 총장 선출은 '올스톱'되고 만다. 결과에 따라선 총장 없는 대행체제로 얼마나 갈지 기약도 못하는 상황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보게 된다. 선택은 최 총장에게 달려 있다. 모교이자 자신이 수장으로 지냈던 학교에 덕을 보여주는 일이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