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문화공간 전성시대
한곳에서 多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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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 /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여성듀오 펄 시스터즈의 유명한 노래 ‘커피 한 잔’이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도대체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누군가를 하릴없이 기다리고만 있어야한단 말인가. 한 곳에서 또 다른 문화생활은 즐길 수는 없을까.

지난해 5월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어비리에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커피와 식사를 즐기면서 누리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바로 ‘아트스페이스&갤러리카페 어비움’이다.

어비움에서는 한 잔의 커피를 마시더라도 현재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연주가들의 음악공연도 감상하면서 아기자기한 조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나아가 문화소외지역이라고 해도 될 만큼 문화생활 부분에서 척박했던 어비리가 지역주민들이 마음껏 문화를 즐기고 모이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어비움’에 가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어비움에는 1000여평의 대지에 브런치 카페(갤러리카페)와 외국의 다채로운 소품과 예술작품이 전시된 아트숍(아트숍 아프리칸),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을 운영하는 미술전시관(아트스페이스) 등이 있다.

어비움은 물고기가 살찐다는 지역이름인 어비리의 ‘어비(魚肥)’와 박물관 및 미술관의 외래어 뮤지움(Museum)의 ‘움’을 결합했다.

어비움의 브런치 카페에서는 10년 이상 경력자들이 스페셜 원두를 사용한 커피류부터 파스타와 피자, 케이크, 샐러드 등을 판매한다.

아트숍에서는 아프리카 등 아기자기한 해외 직수입 액세서리와 인테리어 소품, 정기적으로 바뀌는 전시작품 등을 즐기고 구매도 가능하다.

실제로 커피를 주문한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카페를 둘러싸고 전시된 외국의 장식품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야외 정원과 물고기가 헤엄치는 연못, 강아지·토끼·공작 비둘기와 같은 각종 동물 등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요소들도 가득하다.

미술전시관에서는 매월 1~2회마다 새로운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는 젊은예술가 기획초대전으로 이정현 작가가 현대적인 화풍으로 그린 동양화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된 물고기 그림을 통해 우연성과 필연성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미술전시관 2층에는 ‘종이모형의 대가’ 장형순 종이모형 작가의 문화재, 건축물, 캐릭터, 동물 등 다양한 종이모형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황량한 문화소외지역에 단비가 되고 있는 ‘어비움’


어비움은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로 다양한 문화를 한 자리에서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문화 전도사의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

어비리라는 지역 자체가 특색 있는 문화가 드물고, 인근 이동저수지 마저 문화적인 개발이 없는 상태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또 오산, 화성, 안성, 평택 등과 만나는 지점인 만큼 뚜렷한 문화적 색채가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따라서 어비움은 가볍게 드나들 수 있는 카페에 미술관 등을 한데 모으고 반려동물을 동행할 수 있게 하면서 텃밭을 꾸미는 등 다양한 문화 접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는 결국 하나로 특정 지어지는 문화공간이 아닌 수시로 지역주민과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채워가겠다는 조두호 어비움 대표의 의지와도 맞닿아있다.

최근에는 지역 한 장로교회 목사가 방문해 마을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누면서 어비움 공간을 활용해 광장처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비움은 현재 지역주민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지역 커뮤니티의 모임 장소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문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위해 준비 중이다.

조두호 어비움 대표는 “보통 지역을 생각하고 형성되는 문화공간이 드물다. 오히려 시설의 주인이 가진 문화를 주변에 뿌리려는 목적이 많다”며 “어비움은 지역에 빈 공간을 만들고 주변의 문화를 포착해 적용시켜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재생성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에 문화심고 주민과 가꾸고파​​” 조두호 어비움 대표


“문화 소외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생활을 돕고 소외된 작가들에게는 전시 기회를 제공해서 모두들 만족케 하는 것이 목적이다.”

조두호 아트스페이스&갤러리카페 어비움 대표는 7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의 기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면서 문화예술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또 이미 문화적 혜택을 받는 곳이 아닌 소외된 공간을 대상으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화예술기획자인 조 대표는 다른 어떤 것보다 ‘지역’과 ‘문화’에 초점을 맞춰 어비움을 오픈했다.

조 대표는 “최근 식당에 가면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진열한 곳이 많다. 자신의 관심사를 전시형태로 풀어서 가게에서 음식만 먹도록 하는 게 아닌 관람까지 가능하도록 한 점이 바로 복합문화공간의 초석”이라며 “문화공유가 없다가 중세유럽에서도 르네상스 이후 살롱문화가 생기면서 상류층에서 대중까지 퍼지게 됐다. 또 상업적인 부분에서 문화향유가 우선이 되는 공간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문화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지만 발전방향은 바로 ‘지역’이었다.

조 대표는 “어비움을 기획할 때부터 지역에 녹아드는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어비리에 와서 동네 주민들을 직접 만나 현황을 파악하면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어렵고 혜택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문화적으로 황량한 미개척지인 어비리에 문화를 심고 지역주민과 함께 가꾸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이곳에 돈 벌려고 했다면 프렌차이즈를 들여왔을 것”이라며 “어비움을 통해 지역민들이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모임도 가지면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문화는 대기 중의 공기처럼 위와 아래가 없다. 다양한 요소를 위와 아래로 나누는 것이 아닌 적절하고 배타적이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결합해야한다”면서 “최근 반려동물 문화에도 주목하면서 반려동물 동반입장 공간을 마련했고, 카페 외부에 동물을 키우고 밭을 가꾸면서 다양한 문화를 결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