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했던 숲 깎고 파헤쳐
조용했던 동네가 공사판
금쪽같은 땅 헐값에 팔아
수산물도 줄어 생계위협
▲ 대부도 곳곳이 개발논리에 파헤쳐져 아름답던 자연이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다. 개발중인 펜션단지.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개발중인 펜션.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덕지덕지 걸려 있는 분양 광고 현수막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글 싣는 순서
1 신음하는 자연, 대부도
2 개발vs보전 끝없는 논란
3 난개발 치유의 열쇠, '상생(相生)'

지난 18일 오전 11시쯤 찾은 안산시 단원구 대부남동은 펜션 단지 조성 등 대규모 개발공사가 한창이다.

개발을 위해 굴착기가 산을 볼썽사납게 파헤친 탓에 울창했던 숲이 맨살을 드러냈다.

공사장 한편에는 반 토막 난 거목들이 초라한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다.

고요했던 대부도는 굉음을 토해내는 기계음으로 뒤덮였다.

가득했던 바닷바람 대신 공사장 흙을 퍼 나르는 덤프트럭이 장사진을 이루면서 매캐한 흙먼지 냄새도 진동했다.

대부도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대부도 개발 열풍이 불면서 이 지역 곳곳에 1만여㎡에 달하는 펜션과 전원주택 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2시간 동안 섬 곳곳을 돌면서 발견한 공사현장은 열댓 곳에 달했다.

취재 중 만난 개발업자 A씨는 "대부도 개발단계는 시작에 불과하다.

늦기 전에 전원주택 단지에 투자하라"고 귀띔했다.

대부도에 촘촘히 들어선 건물들로 인해 숲·바다·갯벌을 볼 수 있었던 과거의 모습은 오간데 없었다.

대부남동 주민 이모(60)씨는 "개발공사로 섬 이곳저곳이 깎이고, 파헤쳐져 천혜의 자연환경이 사라지고 있다"며 "난개발이 지속할 경우 옛 대부도 모습은 영영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어항(漁港)과 부둣가가 넘쳐나던 대부도의 옛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1994년 시화방조제가 지어지면서 물길이 끊겨 배가 더 드나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옛 부둣가 자리라고 알려진 곳곳은 갯벌로 변했다. 다만 훼손된 상태로 남겨진 목조건물이 과거를 어렴풋이 짐작케 했다.

취재 중 바닷가 앞을 서성이는 한 노인을 만났다. 국방색 털모자를 꾹 눌러쓴 노인은 바다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노인에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노인은 순간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물었다.

"시화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많은 어민이 일자리를 잃었어…." 연거푸 담배를 피우던 노인은 착잡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난 어부였다. 이상한 건물이 들어서면서 수산물 수확량이 반 토막 났고, 물길도 끊어져 배가 들어오지 못해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며 불쾌한 기억을 되새겼다.

이어 그는 "생계유지를 위해 할 수 없이 땅을 헐값에 팔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놈들 다 사기꾼"이라며 자리를 떴다.

정화조 등 기반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이뤄진 무분별한 공사는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흥선리 한 마을 앞. 주민 10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아담한 마을이다.

하지만 2년여 전부터 바닷가 코앞에 펜션,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서면서 동네가 초토화됐다.

"대부도가 개발되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흥선리 마을경로당에 있는 주민들에게 다짜고짜 묻자 "그걸 질문이라고 하세요? 당연히 반대죠"라고 주민 박모(53)씨가 모멸 찬 대답을 내놨다.

과거 마을 사람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택한 직업은 '어민'이었다.

어민 박씨는 "펜션단지에서 흘러나온 오수가 바다로 고스란히 들어가면서 조개 등 어패류가 절반 이상 줄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직업마저 바꿔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생태환경을 보호하지 않는 개발은 무조건 반대하겠다"며 "난개발을 막기 위해 시에서 적극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kimhw@incheonilbo.com

갯벌·바람·아름다운 '낙지섬' 해산물 천국

대부도는

대부도(大阜島)는 남양 쪽에서 바라보면 섬 같지 않고 큰 언덕처럼 보인다는 것에서 지명이 생겼다. 섬 전체 모양이 낙지 같아 '낙지섬'이라고도 불린다.

대부도는 '갯벌', '시원한 해풍', '아름다운 해안지형', '다양한 해산물' 등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대부도 섬 서쪽과 남쪽에는 훼손되지 않은 갯벌이 분포해 있다. 이 갯벌들의 환경은 각기 다르다. 갯벌마다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한다.

이러한 환경으로 대부도는 갯벌을 이용한 어업문화가 발달했다.

또 해풍과 풍부한 토양 미네랄 토양 등 포도 성장에 필요한 자연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 포도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1994년 시화호 방조제가 들어선 이후 대부도는 도내 유명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북쪽으로는 시흥시, 남동쪽으로 화성시와 도로가 연결되는 등 교통여건도 좋아져 대부도로 찾아오는 관광차량만 일일 1만여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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