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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인] 4월 한반도 위기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8년 03월 07일 00:05 (수)
세계가 찬사를 아끼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여운이 잦아들자 잠시 잊고 있었던 엄중한 안보 현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애써 북미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거칠게 마주달리는 두 기차가 충돌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인천일 것이다.

미국이 겁을 주려고 제한적 공습을 할 경우 북한의 대응 선택지를 살펴보자. 강성대국의 완성을 공언해 온 김정은 정권이 미국의 간보기 타격에 무력하게 굴복한다면 아마도 내부 반발로 먼저 붕괴될 것이다. 우리가 전면전으로 대응하기에는 애매한 수준의 무력도발을 한다면 어디가 타깃이 될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북한의 무력도발 무대는 백령도, 연평도, NLL 모두 인천의 섬과 바다였다. 현대적인 송도국제도시, 활기 넘치는 인천국제공항과 인구 300만 돌파의 장밋빛 성과는 하루 동안의 포성으로 잿빛 무대로 돌변할 수 있다. 북한 군부가 코리아 리스크를 극대화한다면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막을 묘책은 없는 것일까? 평창 올림픽 직후 벌어질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고 작년 가을 인하대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인천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제안했다. 한국국제정치학회 안보국방분과 위원장 자격으로 필자가 주관한 이 자리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성엽 국회 교문위 위원장도 축사를 했다.

'인천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대담한 발상의 전환에 있다. 정부가 정치군사 회담에 주로 치중하여 북미대화를 중재하려 하지만 그 길은 첩첩산중 험난한 길이다. 한미군사훈련의 연기나 중지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설사 북한 주장대로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미동맹을 파기한다고 해도 북한의 핵 보유 야심은 요지부동일 것이다. 왜냐하면 한반도 전역이 주일미공군 세력의 작전반경에 들어 있어 북한 입장에서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에는 한미연합군뿐만 아니라 압록강에서 도강훈련을 반복하는 공세적인 중국 80기계화 집단군(구 39집단군)도 심각한 위협이다.
한편 미국은 당장 현금이 아쉬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중동으로 수출해 핵 확산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북한이 자위력의 수준을 넘어 동맹국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핵능력을 확대하는 것도 용인할 수 없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를 논의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평택의 미군은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는 중요한 전략적 포석이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독자는 복잡한 동북아 안보 방정식 구조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전략계산 속에 중국의 팽창주의 위협이라는 공통점이 숨어 있다. 북미간에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이 작은 접점을 한국 정부가 증폭해 준다면 남북미 3자 대화의 불씨를 살려 낼 수 있지 않을까? 1970년대 닉슨은 통념을 깨고 미중 양국에게 공통의 위협인 소련을 상대로 전략적 밀월의 물꼬를 열었다. 당시에는 경천동지할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나아가 탈냉전기에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 수교하면서 중국의 동남아 팽창을 견제하는 포석을 두었다.
문제는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미북대화를 통해 구체화되는 계기를 우리 정부가 어떻게 창출하고 살려나가는 데 있다. 김영철의 방남 때 우리 사회 일각의 분노와 극렬한 반대에서 보인 것처럼 정부가 독주하는 중재 노력은 늘 남남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 정부의 역할에 힘을 보태는 취지로 시민사회가 주도해서 남북이 부담 없이 대화를 이어 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보수정권 시기 만월대 공동 발굴 수용에서 보이듯 북한은 강화-개성 역사 셔틀 학술회의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의 항몽정신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중국 동북공정의 문제를 다루다가 자연스럽게 역사 침탈 공동대응의 담론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다음에는 동북공정에 비판적인 미국 역사학계를 초청해 남북미 삼국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확산하는 것이다.
마침 인하대 고조선연구소에 미국 고위 외교관이 다녀간 바 있고 졸업생이 개성 발굴에도 참여하였다. 이러한 프로세스의 목표는 미북 대화의 촉매로서 보조 채널을 여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역사 토론을 통한 공감대 축적, 그리고 정부가 참여하는 평화공존 대화로의 '우회전략'이다. 이제 꽃피는 봄이 되면, 인천에서 발의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제안에 정부가 관심 가져주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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