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
2014년 가을 인천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이 지금 다시 아쉽게 느껴진다. 세 번째 시도 끝에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여러 모로 비교되기 때문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이른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실세 3인방이 폐막식을 보러 전격적으로 인천을 방문했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다. 2014년 10월4일 인천공항을 찾아 우리 땅에 약 12시간을 머물렀다. 이때 류길재 당시 통일부 장관이 환담을 했고 오찬 때는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상대했다. 당시 정홍원 총리는 3인방과 면담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거론했고, 2014년 3월에는 독일 드레스덴을 방문해 비핵화와 통일대박론을 주제로 연설한 뒤였다. 그래서 북한 정권 실세의 방문은 남북 사이의 긴장을 풀기 위한 계기가 될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단순한 하루 행사로 끝나버렸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방문했던 북한 인사들에게 우리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것과 비교하면 4년 전에 들인 공이나 관심이 그만큼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 남북 고위급 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보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최고위급 인사로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김정은의 여동생까지 포함되었다. 또한 폐막식에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맡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대표로 오기도 했다.
북한 인사들이 각각 2박 3일씩 우리 땅에 머무는 동안 김정은의 친서도 오갔고 남북한의 현안을 실질적으로 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정부 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하여 한반도의 미래를 협의하고 설계하고 돌아온다.

이런 측면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은 1894년 파리 국제체육총회에서 피에르 드 쿠베르텡이 선보인 근대 올림픽 이념에 잘 부합한다고 하겠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은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하여 의미 있는 전기를 마련했고 거기에는 단연 남북단일팀의 구성과 활약이 있었다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평가했다.

따지고 보면 분단국가가 올림픽에 단일팀을 구성하고 동시입장하여 세계 평화에 기여했던 것은 한국이 처음이 아니다. 분단 독일은 이미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단일팀을 출전시켰고 동시입장을 진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분단된 지 오래지 않은 1951년 동독은 스위스 로잔 IOC 총회에서 단일팀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1952년 서독은 핀란드 헬싱키올림픽에 단독으로 참가해버렸다. 그 뒤 오랜 협상 끝에 IOC 중재로 1955년 6월에서나 단일팀 구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부터 시작하여 1956년 멜버른올림픽, 1960년 이탈리아 로마올림픽, 1964년 도쿄올림픽까지 모두 네 번이나 단일팀으로 출전했다.

IOC는 단일팀에 필요한 협상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중재에 나섰다. 1956년 올림픽에 단일팀 이름은 United Team of Germany, 단일기는 흰색으로 오륜이 새겨진 흑·적·황 3색의 독일기, 국가는 독일의 역사적 작곡자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로 정해졌다. 당시 선수는 동서 구분 없이 제일 잘하는 선수로 골랐고 단장은 다수 선수를 파견하는 쪽에서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6년 선수단 규모는 서독 138명에 동독 37명이었다. 당시 애버리 브런디지 IOC위원장은 정치인들도 못 하는 일을 체육인들이 해냈다고 평가했다. 그 뒤 본격적인 냉전과 체제경쟁으로 1968년부터 오랜 동안 독일의 단일팀이 중단되었으나 1989년에는 통일을 맞이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공동입장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단일팀과 공동입장도 했다. 2020년에는 가까운 동경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고 2022년에는 북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그 전에 통일이 된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제는 일찌감치 단일팀을 준비하고 꾸준히 공동입장도 준비해야 한다. 이번에는 올해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를 계기로 번갯불에 콩 튀기듯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했지만, 이제는 치밀하게 단일팀을 사전에 구성해 성적도 극대화하고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