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을 맞았지만 우리 사회 여성들을 둘러보면 대체로 곤궁한 삶을 이어간다. 어떤 여성들은 속으로 끙끙 앓면서 어려움을 삭히기도 한다. 비참하게 생활하는 여성도 부지기수다. 요즘 정치계, 예술계, 교육계 할 것 없이 전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들이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한 후 용기를 내서 이 사회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민 세금으로 광교산 '문화향수의 집'에 거주하던 고은 시인의 경우 성적노욕이 가득한 원로시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원시민은 물론 경기도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리고 고은에 대한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그는 "올해 안에 계획해 두었던 장소로 이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원시민과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경기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4명 가운데 1명은 학교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준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엊그제 발표한 '학교 비정규직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설문조사에 응한 도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148명 가운데 25.7%가 성적인 농담을 포함한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노동자의 16.9%는 불이익이나 주변 시선이 두려워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2017 지역별 성 평등 수준 분석 연구' 결과에서 경기도내 성 평등지수가 지난 2015~2016년 2년 연속 9위를 기록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수원시와 경기도를 비롯해 국내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조사한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7년 초기 상담한 2055건의 사례 가운데 성폭력 피해가 29.5%로 가장 높았고, 가정폭력 28.1%, 데이트폭력 13.8%, 스토킹이 8.8%로 조사됐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주도의 정책수립만으로는 부족하다. 페미니즘(feminism) 실현을 위한 '젠더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전사회적인 성인지 교육 등을 통해 성평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