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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인천을 읽다] 사람꽃-고형렬  

2018년 03월 12일 00:05 (월)
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는 해도
사람꽃 처녀만큼은 아름답지가 못하네
모두 할아버지들이 되어서 바라보게,
저 사람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뭇 나비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잉어가 아름답다고 암만 쳐다보아도
아무런들 사람만큼은 되지 않는다네
사람만큼은 갖고 싶어지진 않는다네


입춘이 지난 지 오래이나, 세상의 꽃들은 아직 개화를 망설이는 듯 거리는 스산하다. 사람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걸어가고, 들려오는 소식들은 모두 우울하다. 대통령 파면을 지나 전쟁위기설이 지나니 미국 관세 파동….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쏟아지는 성추문들…. 이 나라에 언제 한시라도 평화로움이 있었으랴만, 요즈음 바라보는 우리 모습들은 한층 더 깊은 우울함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시인 고형렬은 일찍이 이런 사태를 짐작이라도 하였다는 듯이, '사람꽃'으로 인간적 아름다움의 절창을 뽑아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노랫가락도 있지만 어찌 해마다 피고지기만 반복하는 한철 꽃들이 사람꽃만한 것이 있을 것인가.
'모란꽃이 아름다워도/ 뭇 나비가 아름다워도/ 사람만큼은 되지 않는다네/ 사람만큼은 갖고 싶어지지 않는다네'…. 요즈음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을 보면서 '사람꽃'이 정말 아름다워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채, 앞뒤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 그 꽃을 꺾고 싶어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 시에서 말하는 '갖고 싶어하는 사람'은 인간이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므로, 사랑의 교감 속에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 인간임을 뭇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꽃 아이들을, 사람꽃 처녀를, 사람꽃 동료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우리 마음이, 세상을 향긋한 꽃세상으로 만드는 길임을 잊어선 안 되겠다.

/권영준 시인·인천 부개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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