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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신뢰하는 사회, 배려하는 삶

최계운 인천대 교수·스톡홀름 세계물주간 운영위원

2018년 03월 14일 00:05 (수)
지난주 3박4일 일정으로 스톡홀름을 방문했다. 세계물주간 운영위원회 회의 참석차였다. 매서운 바람과 추운 날씨, 흩날리는 눈보라로 기후변화의 심각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기회였다. 빡빡한 2일간 회의를 통하여 우리사회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회의실에는 커다란 물병이 놓여 있었고, 각자 앞에 놓인 컵에 물을 따라 마시면서 오전 회의를 마쳤다. 점심시간이 되면서 회의실 바로 옆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간단히 준비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마침 물병에 물이 떨어진 상태라 사무국 직원에게 물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조금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식당 내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물병에 담아 내놓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오전 내내 회의장에서 마셨던 물이 수돗물인데도 스웨덴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수돗물만 마셨고, 다음 날도 여전히 다름이 없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무엇인가를 살펴보니, 그들 사회에는 신뢰가 있었다. 당연히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할 것이라는 신뢰, 더 나아가 국가와 사회, 공직자를 비롯한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이 바탕이 되어 이와 같은 사회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오후 회의에서는 2019년 세미나 핵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여러 가지가 의논되었지만 그중에서 주목을 많이 받은 주제는 난민들에 대한 물 공급 문제였다.
세계물주간 운영 주체인 스웨덴에는 난민들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에 대한 물 공급을 어떻게 할지, 제기되는 재정, 운영, 실천에 대하여 더욱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회의 기간 동안에도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에 동참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이 사용을 최소화했다. 공동 노력이 필요한 곳에는 솔선수범을, 배려가 필요한 곳에는 동참하는 자세가 돋보였다.
이러한 마음은 인천에서도 나타난 바 있었다. 요즈음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황사문제 해결에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인천시민들이 나선 일이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황사 발원지인 몽골에 '인천희망의 숲' 조성이라는 구호 아래 매년 평균 1만5000그루의 나무를 심어 왔다. 고사리 같은 유치원생들의 저금통에서부터 일일찻집을 통한 모금, 온가족이 합심하여 용돈을 모으기도 했고,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혹자는 그렇게 넓은 땅에 나무 10만~20만그루를 심는다고 무엇이 달리지겠느냐고 냉소하기도 했었다. 기껏해야 1~2년 지속하다가 그만둘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노력은 10년간 계속되면서 황폐한 사막을 막는 데 조그마한 도움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어려운 이웃나라의 국민들을 배려하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주변을 배려하는 활동은 종교계나 사회단체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박한 사회를 녹여주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의 사회는 너무나 각박하다. 도대체 여유가 없다. 따뜻함보다는 경쟁이 우선이고 나 위주의 개인주의가 팽배하다. 세대 간 갈등도 크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들이 너무 편한 자리만 고집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려 하기 보다는 피하려 한다며 좀 더 적극적인 삶을 요구한다.
젊은이들은 '꼰대' 세대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무시하기도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도 상호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어느 물건을 생산해 내는 데 꼭 대기업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제품에 따라 대기업이 나서야 할 부분이 있고, 중·소기업이 더 경쟁력이 있기도 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도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왜곡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혼자 살아 갈 수 없다. 주변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 수도 없다. 좀 더 따뜻하고, 평안하며 웃으며 사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는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좀 더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근본으로 '신뢰 하는 사회, 배려하는 삶'을 실천해야 한다. 자기 위치에서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 자세, 정확한 정보의 제공과 공개행정을 바탕으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고, 좀 더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 나눌 줄 아는 삶, 본인에게는 귀찮고 힘들더라도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기꺼이 감당하는 자세를 통하여 미래의 밝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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