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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미픽味] 만석동 '가연식당' 바지락 쌈장·주꾸미볶음

개항 전 바닷물길 … 지금은 알 꽉찬 주꾸미 집합소

2018년 03월 14일 00:05 (수)
"만석동 주변에 주꾸미 전문집이 많고 유명하게 된 이유는 오래전부터 만석부두 인근 바다에서 어선들이 조업을 해서 잡아오거나 소라껍데기를 얇은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아 낚은 주꾸미를 생물로 받아 음식을 만드니 맛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알아두면 쓸데 있는 인천의 잡다한 이야기'를 하는 모임인 '알쓸인잡' 인사들인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 손장원 재능대학교 교학처장, 배성수 인천도시역사관장, 이희인 인천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장 등이 두 번째로 찾은 곳은 3월부터 5월까지 알이 꽉 찬 주꾸미 철을 맞아 주꾸미볶음과 바지락쌈장으로 잘 알려진 인천 만석동의 '가연식당'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때문에 요즘부터 주꾸미 철이라고 하지만 겨울 주꾸미가 크기도 낙지만큼 크고 살이 더 쫄깃쫄깃해서 씹는 맛이 괜찮아요."

이희인 부장이 주꾸미 얘기부터 꺼내자 손장원 처장이 들고 온 가방에서 오래된 사진 두 장을 꺼내 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이 동네가 바로 '시바우라(芝浦) 사택' 단지인데 지금도 많이 남아있어요. 시바우라는 일본의 도시바전기 전신이었지요. '나가야(長屋)'라고 전형적인 일본식 연립주택 또는 다세대주택의 일종이에요. 보통 2층짜리 건물로 여러 세대가 나란히 이어져 있으면서 외벽을 공유하는 건물인데 각각에 출입문을 두었어요. 일본 건물 말이 나왔으니 신포동이나 송월동 주변에 아직도 남아있는 적산가옥도 2층인데 1층은 점포로 쓰고 2층은 생활집이던, 지금으로 말하면 주상복합 건물이지요."

손 처장의 일본식 건물 이야기에 모인 사람들이 '그렇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유동현 편집장이 이 지역에 얽힌 얘기를 하자며 나섰다.
▲ 인천 만석동 '가연식당'에서 '알쓸인잡' 두번째 모임을 가진 이희인 인천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장, 배성수 인천도시역사관장, 손장원 재능대학교 교학처장,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왼쪽부터).

"이 식당 옆에 있는 만석우체국은 1962년에 문을 열었는데 당시만 해도 이 우체국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드글드글했어요. 왜냐하면 근처의 동일방직이나 대한사료 등 크고 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어서 월급날이면 전신환으로 시골집에 돈을 부치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평일에는 시골에서 철마다 소포로 올라오는 각종 음식 등을 받느라고 몰렸지요. 송월시장도 여기 근로자들이 당시에는 간수가 있던 철도 건널목을 자유롭게 오가며 필요한 물건들을 사는 곳이어서 엄청 잘됐는데 1974년부터 전철이 통행하면서 철로변에 차단벽이 생기고 동네 위를 지나는 만석고가도로가 생기면서 동네끼리 단절이 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뜸해졌고 시장은 자연히 옛 명성을 잃게 됐지요. 하지만 만석우체국은 여전히 고가도로 밑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만석우체국이 인천에서 우체국 용도로는 가장 먼저 지어진 건물이라는 유 편집장의 말을 받아 배성수 관장이 "사실은 우리가 바다위에 앉아있는 거예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 외국인묘지가 있던 북성동에 바다쪽으로 삐죽나온 곳을 북송곶이라 불렀어요. 여기서 북서쪽으로 괭이부리라 불리던 묘도까지 활처럼 휘어진 해안선이 만을 이루고 있었는데 개항후 일본인이 매립해 여러 공장을 지었는데 대표적인게 중국에서 거칠고 값 싼 소금을 사다가 정제해서 다시 파는 제염공장이에요. 그러다 나중에 지금의 동일방직이랑 많은 공장이 들어서게 된거죠. 그러니까 여기가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이었어요."

배 관장의 북성동, 묘도 얘기에 이희인 부장이 "두 곳에 모두 포대가 있었어요"라며 거들고 나섰다.

"여기가 수로잖아요. 서해바다에서 강화거쳐 한강 넘어가는 길목이죠. 포대가 여기뿐이 아니라 논현동에도 있고 소래에도 있어요. 모두 화도진에서 관장하는 포대였는데 1876년에 강화조약을 맺는데 그 때 가정동 부근의 연희진도 설치해서 해안 방어를 한거죠. 인천을 지키던 방어거점중의 한곳이었지요."

주꾸미 철을 맞아 주꾸미 음식을 제대로 하는 집에 다시 모인 인천의 잡학박사들. 어느 때보다 많이 먹고, 수다 떤 '알쓸인잡'의 잡학아재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말. "역시 제철 음식은 그때 그때 먹어줘야 제맛을 느낄 수 있어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쌈장으로 상표 등록? … '그 집'의 추천 메뉴는


●바지락 쌈장과 영양돌솥밥


바지락 쌈장은 가연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상표등록까지 되어 있다. 바지락을 소금물로 깨끗하게 씻어 고추장과 단맛을 내는 양파, 톡쏘는 맛을 위해 청양고추를 갈아 넣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이때부터 가연식당만의 비법이 들어가는데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콩가루를 첨가하고 콩비지를 넣어 짠맛을 줄여 센 불로 볶은 뒤 10분정도 약한 불로 뜸을 들인다. 너무 오래 익히면 바지락이 질겨지고 고추장이 타서 쓴맛을 내기 때문에 양파가 익을 때까지만 볶아준다.

바지락은 한국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조개로 3~4월이 되면 여름철 산란에 대비하여 크게 성장하는데 이때가 가장 맛이 좋다. 예로부터 간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작용이 알려져 있고 황달에 바지락 끓인 물을 먹였다. 피로해소 및 숙취제거 식품으로 애용되며 조혈(造血)작용도 있다.

박영선 대표는 "황해도 옹진이 고향인 친정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쌈장을 해주셔서 자주 먹던 맛이 생각나 처음에는 밑반찬으로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주메뉴로 됐고 아예 상표등록까지 하게됐다"고 말했다.

영양돌솥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른 집과 비슷해서 검은쌀에 조, 수수, 강낭콩과 완두콩, 은행, 고구마가 고루 들어있지만 밥 짓는 시간을 17분으로 해서 적당히 고슬고슬하고 누룽지도 구수한 이집만의 돌솥밥이 완성된다. 돌솥에 갓지은 밥에 바지락쌈장 한숟가락 푹 퍼서 상추나 삶은 양배추에 싸서 먹거나 쌈장을 비벼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주꾸미볶음


가연식당의 대표메뉴는 주꾸미볶음이다. 주꾸미는 3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이다. 한 해 잡히는 양의 반 이상이 봄에 잡힌다. 이 시기의 주꾸미는 투명하고 맑은 알이 가득 차 있어 다른 시기보다 감칠맛이 나고 식감이 더욱 쫄깃하다. 머리가 동그스름하고 발이 8개인 주꾸미는 생김새와 맛이 낙지와 비슷하지만, 낙지보다 덜 질기고 오징어보다 고소하다.

가연식당은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에서 주로 충남 태안과 서산에서 잡은 주꾸미를 이틀에 한번 구입해서 사용하지만 이달말쯤부터는 요즘 제철을 맞아 만석부두와 북성부두에서 어선들이 조업을 나가 잡아온 생물을 주로 쓴다. 주꾸미는 성질이 급한 어종이라 수족관 물의 온도를 영상 8도로 유지해서 신선도를 관리를 철저히 하고, 되도록 수족관에 오래 두기보다 싱싱한 산 주꾸미를 그때그때 사용한다.

주꾸미볶음은 널찍하고 어느정도 깊이가 있는 전골냄비에 미나리, 팽이버섯, 양파, 부추를 푸짐하게 깔고 주꾸미를 올려 끓이듯 볶는데 양념장이 맛을 좌우한다. 가연식당의 양념장은 배를 껍질을 벗겨내서 믹서에 갈아낸 뒤 더덕, 도라지와 함께 잼을 만들 듯이 1시간 정도 은은한 불에 볶아내는게 노하우다. 이틀동안 숙성해서 사용한다.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서 먹는데 이집에서는 날치알을 듬뿍 넣어 맛을 더한다.

주꾸미는 불포화지방산을 다량함유하고 있어 혈중콜레스테롤수치를 낮춰주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풍부한 타우린은 피로 회복과 숙취해소에, DHA는 성장기 어린이 뇌 발달에, 어르신들이 드시면 치매예방효과도 좋다.



가정식 밑반찬은 '뷔페'식
정담긴 손맛, 넉넉한 인심


인천 동구 만석동의 동일방직 공장 정문에서 만석고가교 우측 옆길로 30m 정도를 가다 만석1차아파트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길 왼편에 '가연'이란 흰색 식당 간판을 만날 수 있다.

박영선 대표 부부가 1999년 친정 부모가 설렁탕, 갈비탕 집으로 세를 놓았던 곳을 인수해서 주꾸미 전문식당으로 문을 열었다. 가연(家宴)은 '집안 사람들이 모여 벌이는 잔치'란 뜻으로 손님을 식구처럼 편하게 모시겠다는 박 대표의 의지가 담겨있다.

주꾸미 볶음, 주꾸미 찜 전문인데 밑반찬으로 나가던 바지락쌈장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방송사 맛집 탐방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가연식당은 음식 맛도 알려졌지만 10가지의 정도의 밑반찬을 식당 중앙에 뷔페식으로 푸짐하게 차려놓아 맘껏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넉넉한 인심도 입맛을 당기게 한다.

이날은 감자조림에 멸치고추볶음, 계란말이, 볶음김치, 잡채, 야채샐러드, 떡볶이, 깍두기 등 밑반찬이 나왔다. 밑반찬은 계절따라, 야채 시세에 따라 바뀌는데 콩나물무침, 무채, 장떡, 도토리묵 무침, 강화순무김치 등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국, 찌개와 박대조림, 조기 구이 등 생선류는 따로 나온다.

식당 건너편에 있는 동일방직 등 주변의 많은 공장의 근로자들과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점심 때면 70여석의 좌석이 모자라 기다려야 먹던 가연식당도 5년쯤 전에 박 대표의 남편 정희영씨가 아프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폐암으로 2년 동안 고생하던 남편이 3년전에 세상을 뜨자 박 대표는 심한 우울증에 걸렸고 만사가 귀찮아 식당을 접으려고 했다. 하지만 외아들 정주현씨와 18년 전에 결혼해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며느리 신명옥씨가 묵묵하게 식당을 지켜줘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아들, 며느리가 너무 착해서 식당을 닫지 않게돼 고마워요. 특히 며느리에게 감사하죠. 전에는 '평강공주'라고 불렀는데 요즘엔 '평강천사'라고 불러요. 덕분에 얼마전부터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슬러서 식당에 전념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우리 식당을 잊지않고 찾아주시는 오랜 단골 손님들에게도 감사드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편이 투병생활 할 때 같이 살던 무의도 집에 텃밭이 있어서 직접 재배한 무, 배추, 상추, 부추 등 싱싱한 야채를 손님들에게 내놓을 수 있어서 전화위복이 됐다.

가연식당은 세련된 인테리어나 독립된 공간은 없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식당앞 도로변에 승용차 20여대를 일렬주차를 할 수 있어 차를 갖고 가도 편하다. 032-773-9012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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