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배려… 남녀 모두 스커트 착용 가능
체형 차이 표 안나도록 디자인, 영국선 남녀 모두 바지 통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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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초·중·고교생 대부분이 제복을 입는 일본에서 성소수자(LGBT)를 배려해 남녀 교복의 차이를 없앤 '젠더리스 교복'이 주목받고 있다.

지바(千葉) 현 가시와(柏)시에 4월에 새로 문을 여는 한 중학교가 젠더리스 교복을 도입한다는 사실이 NHK 보도로 알려진 후 가시와시 교육위원회에 전국 각지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학생복은 "짧은 스탠드 컬러의 남 학생복(긴 상의와 느슨한 바지)"과 "세일러복 모양의 여학생복"으로 통일돼 있지만, 가시와 시립 중학교가 새로 도입키로 한 젠더리스 제복은 신사복 풍으로 성별과 관계없이 학생이 고를 수 있게 돼 있다.

학생은 '넥타이와 리본', '바지와 스커트'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고를 수 있다. 사진에서 보듯 4가지로 입을 수 있다. 신사복 풍의 상의와 바지는 남자체형과 여자체형에 맞춘 2가지지만 어느 쪽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젠더리스 교복이 주목받게 된 건 트랜스젠더들 때문이다. 트랜스젠더들은 신체적 성과 마음의 성이 다른데도 신체적 성에 맞는 교복을 강요하는데 강한 거부감을 호소하고 있다.

가시와 시내에 사는 현재 24살인 K씨는 호적상 여자지만 본인은 자신이 남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치마 입는 걸 싫어했다. 중학교에 들어가 여학생용 세일러복을 입고 등교하는 데 위화감을 느껴 학교에 가기가 싫어졌다.

K씨가 병원에서 '성 동일성장에' 진단을 받고 우울증에 걸리자 엄마가 학교 측과 상담한 끝에 트레이닝복 차림의 등교를 인정받았고 3학년 때는 남학생 복을 입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새로 개교할 시립중학교는 입학예정 아동과 학부모 등도 참가한 검토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한 끝에 젠더리스 교복을 도입키로 했다. 최근에는 "아예 교복을 없애고 사복을 입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교복 자체를 폐지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지만 가시와시 교육위원회가 실시한 앙케트 조사에서는 학부모의 90%가 "제복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교복 메이커들도 LGBT에 대한 관심 고조를 반영해 젠더리스 제복을 내놓으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가시와시립 중학교의 '선택할 수 있는 교복'을 제작한 유수의 제복 메이커 돔보사는 2년 전부터 전담 사원을 두고 젠더리스 교복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가시와 중학교의 '선택할 수 있는 교복'은 남녀 체형에 맞춰 2가지 형태의 재킷을 제작했지만, 이 교복은 체형의 차이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도록 1가지 형태로 만들었다.

체형이나 가슴 라인에 표시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 '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을 없앤 디자인이다. 단추도 왼쪽, 오른쪽 어느 쪽을 앞으로 하더라도 채울 수 있게 돼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남동부 이스트 서식스 주에 있는 한 중학교도 "교복 스커트를 금지하고 남녀 모두 바지를 입도록" 했다.

토니 스미스 교장은 "학부형과 학생들의 요청으로 작년 9월부터 신입생은 남녀 모두 같은 교복을 입도록 했다"면서 "교복은 모든 학생에게 평등해야 하며 우리는 이를 '젠더 뉴트럴(성 중립)'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