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톱 랭커 자리 예약하고 마이애미오픈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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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 선수 /연합뉴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6위·한국체대)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의 벽을 넘지는 못했으나 성공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정현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총상금 797만2천535 달러) 8강에서 페더러에게 0-2(5-7 1-6)로 졌다.

1세트 게임스코어 5-5까지 팽팽히 맞설 때까지는 좋았으나 이후 급격히 상대에게 경기 주도권을 내주고 마스터스 1000시리즈 4강 진출의 꿈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정현은 올해 첫 메이저 대회였던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시작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올해 1월 초 세계 랭킹 62위였던 정현은 호주오픈 4강에 들면서 순위를 단숨에 29위까지 끌어올렸고, 1월 ASB 클래식부터 최근 5개 대회 연속 8강 이상의 성적을 바탕으로 다음 주 세계 랭킹 23위까지 오르게 됐다.

메이저 대회 4강의 여세를 몰아 메이저 바로 아래 등급인 '마스터스 1000시리즈'에서도 개인 최고 성적인 8강에 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대회 전까지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고 순위였던 니시코리 게이(25위·일본)를 제치고 '아시안 톱 랭커'를 예약했다.

지난 시즌까지 한국인 역대 최고 순위였던 이형택의 36위를 넘어선 것은 이미 2개월 전이다.

2018시즌이 개막한 지 이제 채 3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정현이 올해 벌어들인 상금은 벌써 94만 5천741 달러(약 10억1천만원)나 된다.

지난해 ATP 투어 올해의 코치에 선정된 네빌 고드윈(남아공)과 손을 잡았고, 알렉산더 즈베레프(5위·독일), 노바크 조코비치(13위·세르비아)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꺾어봤다.

그러나 이날 페더러를 상대로 서브 에이스 0-12, 첫 서브 속도 시속 182㎞와 196㎞로 차이가 크게 났다.

2∼3년 전에 서브에 대한 약점을 지적받던 때에 비하면 서브가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 세계 정상급 선수들보다는 결정적일 때 한 방이 부족한 셈이다.

이날 공격 성공 횟수에서도 정현은 페더러에 8-32로 열세를 보였다.

정현이 현역 세계 랭킹 1위와 맞대결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2016년 1월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 지난해 10월 파리 마스터스에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을 상대했고 이번이 세 번째 1위 선수와 경기였다.

하지만 세 번 모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패했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 겸 SPOTV 해설위원은 "정현이 지난 시즌에 비해 경기력에 안정감은 크게 좋아졌다"면서도 "서브 자체도 예전에 비해 나아졌으나 서브 게임을 지킬 수 있는 경기 운영에서는 좀 더 향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은 리턴 게임 능력을 지수로 환산한 리턴 게임 지수에서는 9위로 상위권이지만 서브 게임 지수는 62위로 자신의 세계 랭킹보다 한참 아래에 머물러 있다.

박용국 단장은 "정현이 스트로크 대결에서는 상대에 밀리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공격을 주도하며 확실한 득점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더 키운다면 세계 10위 이내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현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개막하는 ATP 투어 마이애미 오픈(총상금 797만2천535 달러)에 출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