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자문특위 초안, 대통령 공약서 후퇴 … "지방자치 입법·재정권 보장을" 목소리
▲ 자치분권개헌 국민대토론회 17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자치분권개헌 국민대토론회'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손피켓을 들고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기대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왼쪽 여섯번째부터 열두번째), 홍미영 인천시장 예비후보, 박영선·박원순·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 전해철 경기지사 예비후보, 박남춘 인천시장 예비후보. /연합뉴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자문특위)의 정부 개헌안 초안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내세웠던 문 대통령의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발의하는 대통령 개헌안 최종안에는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자문특위와 지방분권 관련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 개헌안 초안에는 지방분권과 관련, 전문과 총강 등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을 지향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국가와 지방정부 간 사무를 배분할 때 지방정부가 1차적 권한을 갖고, 중앙정부가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충성의 원칙' 등이 반영됐다.

그러나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등 지방분권 핵심 쟁점에 대해 현재보다 진일보한 1안과 현행과 비슷한 수준의 2안이 복수안으로 제시됐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서 정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초안의 1, 2안 모두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이라는 당초 기대치와는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자치입법권의 경우, 국민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 조항(헌법 제37조 2항)을 자치법률로까지 완화하는 것이 1안이고, 2안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 규정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개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방분권 관련 시민사회단체에서는 "1, 2안 모두 법률 우위의 원칙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특히 중앙정부가 법률의 많은 사항을 대통령령·총리령·부령에 위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2안은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고 지적한다.

지방분권개헌 국민회의 상임대표인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자문특위 안은 외교, 국방, 금융, 통화 등 국가존립과 전국적 통일성을 요하는 부분은 중앙정부가 입법권을 갖고, 나머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입법권을 갖도록 한 국회 헌정특위 자문위 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 초안에는 자치재정권과 관련, 지자체가 재량에 맞게 자율적으로 과세하도록 '자치세'라는 명칭을 헌법에 담는 1안과 지방정부가 조례 형식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법률에 위임하는 2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안은 지방정부의 과세권한을 강화하지만 2안은 종전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인데, 청와대는 조세법률주의를 손보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후자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정부 초안이 나오자 지역에서는 자문특위가 낡은 중앙정부 중심주의 논리에 경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정부는 충분한 지방분권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이 이번에 초안을 보고 받으면서 "지방정부,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을 현실적으로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교수는 "지방정치인을 신뢰할 수 없어 지방분권은 어렵다는 것은 현재의 기형적 지방권력을 낳은 책임이 중앙권력과 현행 법 체계에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주장"이라며 "지방분권과 함께 주민발안제와 주민소환제 등을 실질화해 지방권력 견제장치를 보완하면 이런 우려는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