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6·13 지방선거가 두 달 조금 넘게 남았다.
각 정당 최종 후보들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벌써 선거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인천에서도 올들어서 선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장 출마자는 물론 군수구청장 출마자들이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시장 후보 출판기념회에는 수천명이 참여하며 향후 뜨거워질 본선 분위기를 예상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인천시청 기자실을 비롯해 각 구청 기자실에서는 후보자들의 출마선언이 계속되고 있다.

6·13 선거 분위기는 후보자들을 넘어 유권자들도 함께 달구고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다양한 현안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이번 선거에서만 나타나는 일은 아니다. 선거가 다가오면 후보자들을 상대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지역 현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받아야 하는 후보자들은 대부분 해결을 약속하던가, 그 반대 입장이라면 회피하거나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쓰기 마련이다. 사실 대부분 조금 뜻이 다르더라도 표를 위해 동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인천 현안들 가운데 수도권매립지는 다른 현안들 보다 올 6·13 지방선거를 달아오르게 할 예정이다.
서구지역 단체들이 참여하는 서구발전협의회가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시 이관, 매립지 테마파크 조속 개발 등을 골자로 100만인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각 정당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인천지역 내 쓰레기매립지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2015년 6월 사실상 매립지 운영 연장을 위해 환경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4자협의체를 구성하고 몇 가지 사항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는 6월이면 3년이 되는데도 말이다.
쓰레기매립지라는 폭탄을 끌어안고도 테마파크라는 대가를 기대했던 시민들에게는 배신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결국 100만인 서명이 시작될 수밖에 없었던 빌미가 됐다.
또 지난해 11월 말에는 인천YMCA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추진하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시 이관 타당성 관련 시민토론회'가 무산됐다.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던 여당 시의원 등의 불참에 따른 것이다. 공론화 할 수 있는 길도 차단됐다고 볼 수 있다.

3년 동안 묵혔던 현안들이 선거 이후 또 다시 묻힐까, 새로운 자치단체장들에게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자며 시작된 것으로 서명운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독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정치적으로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현안에는 유독 여야가 엇갈리는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을 사는 주민들에게는 골칫덩어리다. 환경기술이 발달해 친환경적인 매립이 가능하다는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한 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각자 지역에 설치하면 될 일이다. 굳이 인천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매립지 현안 해결 요구가 정치적으로 비춰진다 해도 이는 해결돼야 할 일이다. 공사이관을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매립 종료는 필수적이라고 하지 않는가. 또 많은 시민들이 매립 종료를 희망하고 있지 않은가.
선거를 앞두고 이슈가 부각되지 않았다면 누가 관심이나 갖겠는가.
100만인 서명을 찬성하는 입장도 반대하는 입장도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를 앞둔 입장 표명은 모두 정치적인 것이 아닌가. 다만 인천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또 해결 방법이 다르다고 하면 그 대책을 제시하면 된다.
지지부진한 매립지 문제가 선거에도 이슈로 떠오르지 못할 이유는 뭔가. 이처럼 고질적이고 해법 찾기가 난감한 문제가 지역에 또 있었나.

쓰레기 매립지가 떠나가기를 바라는 많은 시민들이 있는 현실에서 정치적 의도 지적은 이 문제를 오히려 폄하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동안 해법찾기에 소홀히 해온 당사자들은 무엇을 했나. 이렇듯 의문과 불신으로만 가득한 매립지 문제에 대해 어느 누가 순결한 의도를 가지고 있나.
그래도 공론화해 해결돼야 할 것이 매립지다. 매립지 밖을 둘러보자. 과거와 달리 주변 환경이 변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과거 '사이다'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어느 것이 하늘빛이고, 어느 것이 물빛인가. 누가 정치적이고, 누가 또 정치적이지 않다는 말인가.
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