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문화재 정상외교    
▲ 언론인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바이외(Bayeux) 성당 전시실의 타피스트리는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의 국보급 문화재로 꼽힌다. 1066년 앵글로 색스계의 영국 왕이었던 '참회왕 에드워드'가 후계자 없이 세상을 떠나자 처남 헤럴드가 일방적으로 왕위에 올랐다. 헤럴드로부터 신하의 대우를 받았던 프랑스의 노르망디 공작 '정복왕 윌리엄'은 이에 분노하여 영국으로 쳐들어갔다. 그 해 10월14일 잉글랜드 남쪽의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헤럴드를 죽이고 영국을 정복했다. ▶영국을 통치하게 된 노르만 왕조(1066~1154) 때 1만여 개의 단어가 영어에 추가되었다. 의회(Parliament), 하인(Servant), 판사(Judge), 법원(Court), 적(Enemy) 같은 영어단어는 프랑스어를 받아들여서 영어단어로 정착된 것이다. 당시 영국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던 노예가 없어지고 항복한 상대는 죽이지 않는다는 기사도 정신이 정착된 것도 노르만 왕조 때였다. ▶바이외 타피스트리를 처음 관람했던 것은 1980년도 두 번째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친지들과 몽생미셸에 갔을 때였다.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바다 위의 중세 사원을 찾은 후 바이외 타피스트리를 보았으나 서툰 전투묘사장면을 자수로 제작한 것이 국보급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정복왕 윌리엄'이 영국을 정복하기까지 50개 장면을 무려 70편의 그림이야기로 엮은 것이었으나 보물로도 보이지 않았다. ▶프랑스의 개혁을 외치며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바이외 타피스트리르 영국에 대여하여 전시할 수 있도록 결정해 영국이 크게 반기고 있다. 대영박물관은 "프랑스가 그동안 대여했던 것들 중 최고이며 극도로 관대한 조치"라며 기쁨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1953) 때와 헤이스팅 전투 600주년(1966)에도 대여를 요청했지만 프랑스 정부는 거절했다. ▶문화재를 활용하는 대통령의 외교활동에 프랑스 국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이외 타피스트리 대여를 결단한 것 말고도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시진핑 주석에게 '베스비어스'라는 이름의 근위대 갈색 말을 선물했다. 시 주석이 파리에 왔을 때 기병대에 매료되었다는 사실에 착안한 선물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아부다비의 루브르박물관 별관에 300여 점의 예술품을 대여·전시하는 개관식에도 직접 참석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문화재와 예술품을 앞세운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