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기획전 … 프랑스 벽화
▲ 크리스티앙 로피탈 '마음의 일종 - 상상' 2018·벽에 흑연 분말. /사진제공=경기도미술관

 

경기도미술관은 올해 첫 기획 전시로 프랑스 벽화 전시 '그림이 된 벽 MUR/MURS, la peinture au-dela du tableau'을 6월17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벽'이 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념을 재정리한 프랑스 현대 미술가 8명이 함께한다. 이들은 벽을 창조의 한 요소로 사용한다.

그동안 벽은 작품을 담거나 작품 배경인 틀로써 생각됐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벽 긁어 파내기, 흑연으로 채우기, 불로 그을리기 등 회화를 해체하고 그 개념을 확장해간다. 이들이 만든 건축적 규모의 초자연적인 이미지와 수수께끼 같은 모습은 연극적인 공간감을 자아내 관람객 몰입을 유도한다.

이런 시도는 프랑스 '쉬포르 쉬르파스' 예술운동과 관련 있다. 쉬포르 쉬르파스는 1970년대 전후 프랑스에 나타난 예술 운동이다. 이 운동은 틀을 벗어난 회화에 초점을 맞추고, 해방은 곧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예술에 접근한다.

관객은 작가의 생각이 담긴 작품을 보며 벽이 주는 제한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프랑스 현대회화 미학을 즐길 수 있다. 이어 9m에 달하는 경기도미술관의 압도적 규모 사이에서 서로 영향을 주는 '짝꿍'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8명의 작가 중 어느 작가가 서로 짝꿍이고, 작품간 상호작용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된다.

경기도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이번 작품들은 전시 기간이 끝나면 완전히 사라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고 예술에 대한 생각이 순수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으로는 충분히 느낄 수 없으니, 많은 사람이 찾아와 공간을 채운 회화의 실험성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경기도미술관과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Domaine de Kerguehennec)이 함께하는 두 번째 전시다. 경기도미술관은 지난 한불상호교류의 해(2015~2016)에도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과 협력해 '단색화' 전시를 성공적으로 열었다.

/임태환 수습기자 imsens@incheonilbo.com

 

 

 

 

 

 

 

 

 

 

 

 

 

 

 

 

 

 

 

 

 

 


'불의 작가' 세월호를 기리다

평생 '불'로 작품을 만든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크리스티앙 자카르(Christian Jaccard).

그가 이번에 참여한 '그림이 된 벽' 전시 벽화 역시 불을 이용해 벽에 그을음을 남기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했다. 불에 탄 흔적과 그을음으로 가득 채워진 벽면은 오직 불의 타오름과 소멸만 반복해 숭고한 공간을 만든다.

6월17일까지 볼 수 있는 이번 작품들은 전시가 끝나면 영영 볼 수 없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작품은 소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제한된 생명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라짐은 곧 해방이자 예술에 대한 자유라고 주장한다.

전시 이후 작품은 모두 사라지지만, 그 후에도 미술관에 남는 작가의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자카르의 작품이다.

자카르는 "내 작업은 결국 삶과 죽음이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을 '불'로 표현한 그가 4월8일 한국에 들어와 큰 영감을 얻은 대상이 하나 있다. 바로 '세월호'다.

안산에 있는 경기도미술관에서 작업하던 자카르는 주변에 있는 세월호 합동분향소가 궁금했다. 분향소에 찾아가 4년 전 비극적인 이야기를 들은 그는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했다"며 "예술과 기증이 하나의 방법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술관은 기억의 보관소라는 말이 있다. 안산에 있는 경기도미술관엔 세월호가 담긴 작품이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자카르의 고민처럼, 경기도미술관에서 우린 기억이 보관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임태환 수습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