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정경부 기자
인천항은 지난해 개항 134년 만에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300만TEU 시대를 열었다. 길이 6.1m 컨테이너 300만개를 한 줄로 연결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4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하니, 인천항이 참으로 대단한 업적을 세운 것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연 300만TEU 처리 항만으로 성장한 인천항이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항과 태국 람차방항, 스페인 발렌시항과 같은 세계적 컨테이너항만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자평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항 앞길에 소위 '꽃길'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푼 기대감은 올 3월에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인천항의 3월 컨테이너 물동량이 24만3808TEU로, 전년 동월(25만8065TEU) 대비 '5.5%'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인천신항 개장 이후 거의 매달 역대 최고치의 물동량을 기록하며 성장을 거듭하던 인천항이었기에, 그 충격은 몹시 컸다.

300만TEU란 고성장에 흠뻑 취한 나머지, 위기가 코앞에 닥쳤음을 직감하지 못했던 것일까. 당장 인천항의 올해 물동량 목표치인 330만TEU 달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올 1분기에만 목표치에 약 12만개의 컨테이너가 부족한 실정이다.

항만업계에선 인천항만공사가 작년 연말 고급 호텔에서 300만TEU 달성 축하 기념식을 가진 것을 지적하며,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천항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파도처럼 밀려오자, 인천항만공사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처음엔 내부 직원들 위주로 비상대책위를 꾸렸다가, 며칠 전 항만·물류업계를 주축으로 인천항 범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인천항만공사가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인천항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도권 관문항이란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인천항이 세계적 항만으로 거듭나려면 인도와 유럽 등지로 다양한 뱃길을 열어야 한다. 세계를 잇지 못하면 인천항의 미래도 없다. 무엇보다 인천항만공사가 항만업계의 구심점으로 떠올라 항로 다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13년 전 항만공사법 제1조에 따라 설립된 인천항만공사는 이 순간, 공사 설립 목적을 곱씹어야 한다.
'인천항을 경쟁력 있는 해운물류의 중심기지로 육성해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