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와 다른 옹진군 유세]
뱃삯 선거 비용 보전 안돼
낚싯배 함께 빌려 섬 이동
소음 탓 유세 차량도 자제

'28명을 잡아라.'

오는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인천 옹진군수와 시·군의원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운동에 애를 먹고 있다. 유권자가 28명인 작은 섬에 가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낚시 배를 빌리고, 유세 차량도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라 육지 예비후보자들과 다른 고충들이 많다.

15일 예비후보자 등에 따르면 옹진군을 지역구로 하는 일부 예비후보자들끼리 이달 24, 25일 후보 등록을 마친 후 낚시 배 1대를 빌려 덕적군도로 불리는 문갑도·굴업도·소야도·백아도·울도·지도를 함께 이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

덕적면 굴업도에 등록된 19세 이상 주민은 28명이다. 이는 주민등록상 숫자일 뿐 실제 사는 사람은 약 15명 정도로 인천에서 가장 적은 유권자가 사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이어 지도에 31명, 백아도에 52명의 유권자가 있다.

덕적도를 출발해 문갑·굴업도 등 외곽도서를 운항하는 차도선이 있지만 이 배를 이용할 경우 꼬박 6일이나 걸린다. 그렇지 않아도 옹진군수와 시·군의원 예비후보 등록은 타 지역보다 1개월이나 늦어 '1분 1초'가 귀중한 만큼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낚시 배 등 개인 어선을 빌려 이동하는 분위기다.

낚시 배를 한 번 빌릴 때 약 100만원 정도가 든다. 하지만 한 표가 중요한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작은 섬들도 놓칠 수 없다.

문제는 이 비용이 선거비용 외 정치자금에 속하기 때문에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예비후보자들의 불만이 높은 이유다. 

한 예비후보자는 "차도선이 문갑도만 유일하게 두 번 순환하기 때문에 다른 섬을 이동하는 2시간 동안 반짝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같은 당 후보들끼리 배를 빌려서 덕적도 주변의 섬을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효과적인 선거 운동도 불가능하다. 예비후보자들이 여객선 출항 시간에 맞춰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로 향하지만 관광객도 많은 터라 명함을 되돌려 받기 일쑤다.

육지와 또 다른 점은 유세 차량은 옹진군수 후보자들을 제외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 유세차량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예민한 고령 유권자들의 성향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비후보자는 "운행되더라도 유세 차량은 인구가 가장 많은 영흥도와 백령도에서만 볼 수 있다"며 "유세 차량을 등록하더라도 음량증폭기는 사용하지 않고, 사진만 붙여서 얼굴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