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수준 차량 수출 소문 … 점검시스템 필요"
최근 5년간 신차만 적재하던 자동차운반선 '오토배너(AUTO BANNER)' 호가 처음으로 중고차를 실으면서 화재 사고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폐차 수준에 가까운 중고차의 결함이 사고 원인일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23일 선박 관리업체 K사에 따르면 K사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5만2422t급 오토배너 호 선주(파나마 국적)로부터 선박 관리를 위탁받았다.

이 기간 용선 형태로 오토배너 호를 빌린 자동차 전문 물류업체 H사는 오토배너 호에 현대차 신차를 실었다. 한 차례에 승용차 4000여대를 싣고 미국으로 수출한 뒤, 다시 미국에서 수입차를 적재해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H사는 최근 오토배너 호의 적재 화물을 기존 신차에서 중고차로 전환하기로 한다. 19일 오전 인천내항에 입항한 오토배너 호에 중고차가 실렸던 이유다.

중고차 적재 작업은 21일 오전까지 이뤄졌고, 당시 2400여대째를 싣던 와중에 흰색 중고차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게 K사 측 주장이다.

K사 관계자는 "갑판장 등이 '선내 11층에서 흰색 차에서 불이 붙은 것을 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K사는 이번 사고 원인이 중고차에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수년간 오토배너 호에 신차를 실었을 때 화재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신차의 경우 기름 누수가 발생할 곳이 거의 없는 반면, 중고차는 낡은 제품이어서 충분히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엔 생수병이 내부에 그대로 있는 차량이 있던가 하면, 심지어 냉각수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차량도 있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리비아 등 해외로 수출되는 중고차 가운데 폐차 직전 차량이 더러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수출 중고차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토배너 호의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해경은 중고차에서 엔진 과열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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