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인천의 선거공약 중 변함 없이 등장하고 있는 공약(空約) 중 하나는 연수구 옥련동 '송도석산' 개발이다. 여·야,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지난 20여년 동안 이어진 총선, 지방선거에 이용한 '감초' 공약이다. 시장 후보부터 구의원 후보까지 한 줄짜리 공약이 이번 지방선거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공약의 목표 달성 과정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실제적인 재원과 공정 방안 등을 알리는 매니페스토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송도석산 개발은 기대와 달리 선거 공보책자에나 등장하는 '부도 수표'로 또 인식될 수 있다.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이 주먹구구식으로 비치거나 거짓으로 판명되지 않도록 재정계획과 실천 로드맵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송도석산은 토석 채취에 따른 발파 소음 등 민원이 빈번하자 지난 1994년 이후 채취를 중단한 후 지금까지 도시 흉물로 방치된 상태다. 인천공항에서 인천대교로 이어지는 곳에 위치해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쉽게 눈에 들어오면서 도시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더욱이 과거 채석 영향으로 암석이 무너져 내릴 위험도 있다. 안전등급은 매우 낮은 E등급이다. 인천도시공사는 489억원에 달하는 토지보상을 이미 끝냈으나 민간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송도석산은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한때 지역 해넘이 행사도 열었다. 2년 전에는 중국 화장품 유통기업 아오란그룹 임직원 4500여명이 찾기도 했다. 지난해엔 'INCHEON(인천)'이란 대형 간판(사이니지)을 설치했지만, 인천의 이미지를 대신하기엔 역부족이다. 송도석산은 우선 드라마 로케이션 지역으로서 개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도시개발 방향이 산업도시 기능에서 문화예술 도시로 변모하고 있고, 국내외 관광지역이 드라마와 영화에 힘입어 새로운 도시문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남이섬과 '겨울연가', 정동진과 '모래시계' 그리고 '영웅본색' 하면 홍콩, '로마의 휴일'에는 스페인 광장 등이 떠오른다.

문제는 선거공약 이행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11일 광역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정책선거 분석결과를 기상도로 비유해 발표했다. 유독 인천과 경기도는 '천둥·번개·소나기 지역'으로 맑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송도석산처럼 공약은 있으되 매니페스토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