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 수원화성어차 이용객들 "인기 많아 늦으면 못타" 항의
시 "운행연장 뒤 온라인 예매 시스템 도입 예정"
▲ 수원화성(水原華城)의 인기 관광상품인 '화성어차'가 현장예매 탓에 아침 일찍 찾아와 전 회차를 확보한 단체 관광객들로 일반 관광객이 표를 못 구해 발길을 돌리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어린 학생들이 멀리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찾아왔는데, 어른들이 그 마음을 헤아리지 않으면서 실망했습니다."

지난 달 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에서 학생들과 '세계문화유산도시 수원 역사여행'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한 인천시 A중학교 교사의 불만 섞인 후기다.

이 학교 50여명 학생들은 새벽 5시에 인천을 떠나 이른 아침 수원화성에 도착했다. 3시간 프로그램 중 하나로 체험하기로 한 '화성어차(관광열차)'가 별도 예약 없이 현장매표로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교사가 사전에 접해 서둘러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이용불가'. 이미 화성어차 앞에는 일행 3~4명씩, 수백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약 50m에 이르는 긴 줄을 봤을 때 마감이 불가피했다.

학생들은 결국 화성어차를 탈 수 있을지 여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무더운 날씨까지 괴롭히면서 기다림에 지쳐버린 학생들도 속출했다.

다행히 자칫 허탕이 될까 우려한 교사가 앞선 줄에 있던 수원시민 한명 한명에게 양보를 부탁하면서 체험이 가까스로 이뤄졌지만, 이번 견학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으로 남았다.

해당 교사는 "학생들에게 국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올바른 역사관을 교육하는 취지로 문화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화성어차 이용에서 틀어졌다"며 "먼 거리에서 견학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예약 등을 실시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원화성의 대표적 관광 상품인 화성어차를 향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큰 인기에 비해 현장 예매만 가능한 시스템이 구시대적이라는 이유다.

18일 수원시에 따르면 정조시대 축성된 수원화성은 구간 별로 나뉜 성곽길이 있다. 성 안팎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이는 약 5.7㎞다.

시는 수원화성의 안과 밖을 누비는 화성어차를 운영해왔다. 앞부분은 임금을 상징하는 용머리를, 객차는 임금의 권위를 상징하는 가마를 형상화했다. 외형적 특징보다 짧은 시간 내 성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객들의 이용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나들이하기 좋은 4~6월과 9~10월이면 수요가 폭증, 관광객이 이용에 애를 먹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견학 등을 목적으로 먼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단체가 발을 돌리는 일도 잦다.

실제 최근 한 달 가운데 대부분이 오전에 전석이 매진될 정도다. 화성어차 매표소 인근에서 관광객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줄을 서서 대기하거나, 돗자리를 펴고 자리 잡은 모습도 쉽게 포착된다.

지난해부터 방문을 마치거나, 방문하기 전인 단체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갔다가 고생만 하는' 운영방식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시는 현장발권으로도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운 점 등으로 온라인 예매 시스템을 쉽게 도입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화성어차 2대를 증축하는 계획도 세웠으나, 1대당 무려 5억5000만원가량 소요되는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 상황으론 온라인 예매가 오히려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운행연장 등을 실시한 뒤 온라인 예매를 도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