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액체 진위보단 물건 피해로 '재물손괴죄' 적용 검토
경기도내 한 여대생이 대학도서관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가방에 '정액 테러'를 가하고 달아났다는 글을 학교 페이스북에 올려 학내가 발칵 뒤집혔다.

피해 여학생으로부터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은 처음 접한 사건인지라 법적용에 난감해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정액'이 맞더라도 대상이 가방이라는 점에서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화성서부경찰서에 따르면 18일 오후 2시쯤 수원대학교 재학생으로 소개하면서 피해를 주장한 A씨가 인근 파출소를 직접 방문해 액체를 닦은 휴지를 제출했다.

A씨는 18일 오후 10시쯤 수원대 페이스북 페이지 중 익명제보가 가능한 페이지를 이용해,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정액 테러'를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피해사진을 함께 올린 A씨는 "오전 10시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인문대학 건물 2층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했다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자리에 둔 가방에 흰색 액체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현재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증거품을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도 법적용에 고심에 빠졌다.
경찰은 우선 해당 액체가 '정액'인지 여부를 떠나 사람이 아닌 물건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되려면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접수 후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경찰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했다. 정서상 거리낌이 있어도 재물손괴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현장 CC(폐쇄회로)TV를 확보해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또 과학수사팀(CSI) 분석이 2주 뒤에 나온다.

IT대에 다니는 한 재학생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피해자가 아주 잘 대처했다"는 댓글을 남겼고, 예대에 다닌다는 한 학생은 "시험기간이라 학생들도 많았을 텐데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며 "목격자 등 제보가 나와 범인을 꼭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원대 관계자는 "대학교의 특성상 외부인도 드나들 수 있는 만큼 출입과 관련한 보안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김은희 수습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