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식 파라솔 형태로 규격화
▲ 무더운 여름철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는 '그늘막 쉼터'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이 부족해 설치를 못하고 있다. 19일 인천 중구 신포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그늘막 인근을 지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지난해 여름 큰 호응을 얻은 '그늘막 쉼터'를 올해는 일부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그늘막을 파라솔 같은 고정식 형태로 규격화 하면서 비용과 장소 선정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19일 인천지역 기초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폭염 방지 그늘막 설치·관리 기준'을 받았다. 그늘막은 토지에 고정하고 미관을 해치지 않는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도로 위에 설치되는 구조물인 만큼 안전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남동구는 지난 여름 동사무소에 비치된 행사용 천막을 그늘막으로 활용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횡단보도를 중심으로 설치했고 그늘막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었다. 당시 구민들 사이에서는 타 지역처럼 파라솔 그늘막을 설치해달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권익위 기준이 생기면서 이마저도 활용이 어려워졌다.

남동구 관계자는 "천막은 기둥을 모래주머니로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면서도 "기준에 맞추려면 파라솔 그늘막을 설치해야 하는데 예산을 세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구의 경우 도로가 협소해 그늘막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횡단보도나 교통섬에 그늘막을 고정하려면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반면 기존에 파라솔 그늘막을 제작한 지역은 올해 설치를 확대했다. 파라솔은 접이식으로 보관했다가 재사용할 수 있다. 제작비는 1개당 200여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서구는 지난달 일찌감치 설치 작업을 마쳤다. 지역 내 21개 동에 파라솔 75개가 세워졌다. 동구는 동인천역 북광장과 송림오거리 횡단보도, 화평우체국 인근 등 8곳에 그늘막을 설치했다. 구민들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설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그늘막을 설치할 당시 기준이 마련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파라솔을 제작해뒀다"며 "인근 상점이나 노점상에서 민원이 생길 수 있고 비용과 관리가 필요해 망설이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