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구 노인 일자리 사업 '다자녀 가정 무료 도우미'
70대 어르신 80명 참여 … 상호간 만족도 높아 각광


"손자 봐주던 경험 살려 가장 자신 있는 일 찾아 나섰죠. 아이들로부터 에너지도 얻고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어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공략한 노인일자리가 호응을 얻고 있다.

노인들이 세 자녀 이상이거나 36개월 미만 아동이 있는 가정의 '육아도우미'로 나선 것. 인천 남동구 노인인력개발센터가 지역 최초로 올해 첫 시행한 이 일자리 사업은 이용 가정과 참여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아 '일석이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식 명칭은 '다자녀 및 출산가정 지원사업'으로 월 27만원을 받는 공공형 일자리다. 65세 이상 어르신이 월 10회, 하루 3시간 가정을 방문해 육아를 돕는다. 해당 가정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세 자녀 이상 가정은 막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일 경우 신청 가능하다.

현재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은 80여명으로 연령대는 대부분 70대 중반이다. 거주지와 근거리 가정에 배치돼 일한다.

세 자녀 가정의 육아도우미로 일하는 박천대자(76) 어르신은 "손자 3명을 직접 길렀을 정도로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갈 때마다 그림책도 읽어주고 눈높이에 맞춰 함께 놀아주다보니 어느새 정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육아와 살림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도 한다.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첫 아이를 키울 때 주의할 점이나 반찬 조리법을 알려준다.

박 어르신은 "가까이 살기 때문에 정해진 근무시간이 아니더라도 급하게 아이들을 봐줘야 할 때가 생기면 달려간다"며 "친할머니처럼 거리낌 없이 지내고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사업 초기 센터는 이용 가정을 찾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다자녀 가정이 많지 않은데다가 이 같은 사업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홍보 결과 어르신 전원이 배치됐고 지금은 입소문이 나면서 대기자까지 생겼을 정도다. 현재 25가구가 대기 신청을 해둔 상태다.

남동구 노인인력개발센터 관계자는 "맞벌이 가정이나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서비스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며 "사업이 활성화되면 어르신 일자리도 늘어날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