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성폭력상담센터' 이대론 안된다 上]
연간 이용 유형별 평균10건
실질조치 없어 제구실 못해
도움 못받아 경찰에 신고도
일부는 있는지 조차도 몰라
도내 대학마다 설치된 성폭력상담센터가 인력부족 등으로 제 역할을 못하면서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 18일 A대학교 도서관에서 발생한 이른바 '정액 테러' 사건 피해를 주장한 여학생도 센터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24일 도내 대학과 학생 등에 따르면 미투(MeeToo) 캠페인으로 학내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학생들은 캠퍼스 내 공식 상담창구인 '양성평등상담센터' 이용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005년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으로 전국 국·공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학에 성폭력상담센터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도내 전문대를 포함해 72개 대학들은 센터를 설치, 운영 중이다.

성폭력상담센터는 이후 양성평등센터 또는 성평등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인권센터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성과 관련된 모든 고충 상담을 일원화한 공식 창구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양성평등센터를 이용하는 빈도가 낮다.

한 피해학생은 "(성폭력 사건 발생 직후)학교 측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알렸지만, 상담 안내만 했을 뿐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면서 학교 상담 대신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또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학교폭력센터 담당자의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경기도 대학생 성폭력 예방 및 대응방안'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도내 52개 대학들이 밝힌 성폭력 고민 상담 건수는 유형별로 평균 10건에 불과, 저조한 이용율을 지적하기도 했다.

상담 유형별로는 전화상담(9.3건), 온라인 상담(9.1건), 개별면접상담(7.7건), 기타 상담(2.5건) 등의 순이다.

취재 결과에서도 올해 6월 기준으로 성 관련 상담이 이뤄진 경우는 도내 A대학에서 5건, B대학 15건 내외, C대학 5건 등이었다.

도내 인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 대학생은 "양성평등센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었고, 관련 문제도 잘 몰랐기 때문에 센터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노서영 성균관대 위드유특별위원회 공동대표는 "현 센터가 정작 상담이나 성폭력 사건 후속 처리 절차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확대·재개편하는 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모르겠다"며 "학생들과의 소통 창구를 강화해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는 절차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안상아 기자·김은희 수습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