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복구 명령땐 4개업체 책임 떠안아 … 소유권 이전 허가한 인천해수청 부실행정 논란예고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이 장기간 방치해온 항만시설의 철거비용 수십억원을 아끼려고 '꼼수'를 부린 정황이 드러났다. <인천일보 7월11·12일자 1면, 7월17일자 7면>

현대상선으로부터 시설을 넘겨받은 업체들은 시설 소유주가 '국가' 내지 '인천항만공사'로 알고 있었고, 장래에 '철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17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현대상선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 중구 항동7가 104-3번지 인근 공유수면에 설치된 안벽(면적 2044㎡)의 소유권이 현대상선에서 D사 등 4개 업체로 이전됐다.

공유수면 점·사용 시설의 권리·의무 이전에 따라 안벽에 대한 모든 책임이 4개 업체로 넘어간 것이다.

향후 시설을 방치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 인천해수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게 되면, 철거 책임은 4개 업체가 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들 업체는 안벽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단순히 부지를 빌려 쓰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

부동산 개발업체 T사는 "당시 현대상선 측에서 '해양수산부(인천해수청)에 사용료를 내면 안벽을 공유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며 "시설물 책임을 넘겨받는다는 설명을 들은 바 없고, 단순히 임대료만 내면 쓸 수 있는 '국유지'로 이해해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미콘 업체 D사도 "안벽의 소유권이 항만공사에 있고, 임대료만 지급하면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원상복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안벽 사용권 이전을 허가받는 과정에서 인천해수청을 기만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있다.

공유수면관리법상 항만시설인 안벽은 '선박 접안 및 하역 기능'으로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시설을 넘겨받은 4개 업체 중 최소 2곳이 '주차장' 또는 '휴게시설'로 사용할 예정인 것을 알면서도, 인천해수청엔 4개 업체 모두 안벽의 제 기능을 활용할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제출했기 때문이다.

T사는 "사실 안벽 자체가 필요 없는 시설이다. 우리는 물류 창고를 짓기 위해 인근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화물차 위주로 화물을 운송할 계획이어서, 선박 접안시설이 전혀 필요 없다"고 털어놨다.

인천해수청 역시 이들 업체의 안벽 사용 목적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현대상선 측 얘기만 믿고 허가를 내줬다는 데 '부실 행정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4개 업체 간 '안벽 사용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한 만큼 업체들이 철거 등 시설물 책임을 넘겨받았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