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늑장 수사에 가해학생들 만나 자백 녹취
피의자 부모 “답변 강요했다”며 불법성 주장

경찰 “사실관계 파악 후 수사 개시여부 결정”

자신의 여동생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또래 중학생 2명을 상대로 엄벌을 촉구해오던 친오빠가 감금죄로 고소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늑장을 부리자 직접 증거 확보에 나섰던 것인데, 가해 학생 부모 측은 이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인천경찰청과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친오빠 A(20)씨를 미성년자 감금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이 이 경찰서에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 형태의 서류를 퀵서비스로 전달받았다”면서도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볼 수 없어 우선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소장을 작성한 사람이 가해 학생 부모인지, 변호인인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A씨는 형사 사건 피의자가 돼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해당 고소장에는 A씨가 올해 초 B(15)군 등 가해 학생 2명을 대면하는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월8일 저녁 인천 한 원룸에서 B군 등과 대화를 나누며 범행 동기와 수법, 사건 발생 당시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지난해 12월23일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B군 등은 녹취록에서 “(여중생에게) 술을 먹여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지려 했다”거나 “가위바위보로 (성관계) 순서를 정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를 두고 B군 부모는 A씨가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들을 감금해 답변을 강요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조직폭력배를 끌어들여 B군 등을 납치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A씨는 법을 어긴 적이 없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B군 등은 불구속 수사를 받아서 동네를 활보하던 터라, 피해를 당한 여동생 지인의 형이 이들을 목격하고 부모들과 연락한 뒤 원룸으로 데려갔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자신은 그 이후 연락을 받고 증거 확보 차원에서 원룸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조폭을 이용해 납치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제가 확보한 녹취록의 증거 능력이 없음을 주장하려고 고소장을 제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범준·이창욱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