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막말과 꼼수로 난장판이다. 여야 후보들의 막말 파문, 조국혁신당 돌풍,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 단체 대립의 장기화 등 총선 결과를 좌우할 변수가 많다.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가운데 민심이 어디로 기우냐에 따라 거대 양당의 총선 승패는 판가름날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중도 성향인 김부겸과 자신의 정치적 멘토였던 이해찬을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기용하고, 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중 종북·반미 성향을 지닌 시민단체 후보자들을 쳐내면서, 공천 파동의 감점을 만회했다.

본선 대결이 진행되면 공천 갈등의 기억은 사라지고, 양당의 인물 경쟁력과 지지층 결집, 중도층을 얼마나 더 끌어오느냐로 승부가 갈릴 것이다. 여당은 돈봉투 의혹 사건을 받고 있는 정우택과 5·18 폄훼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사퇴로 사태를 수습했지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을 처리하지 못해 정권 심판론의 불씨가 살아 있다.

민주당의 분위기는 미묘하다. 투표에 불참하려던 야당 지지자들이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투표장으로 향할 동기가 생겼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를 보면서 민주당에 실망해 머뭇거리던 핵심 지지층에게 검사독재정권 청산을 내건 조국혁신당이라는 선택지가 생기면서 정권 심판론이 부활했다. '비조지민'(비례는 조국혁신당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이 현실화하면,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22대 총선 이후가 걱정인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독차지한 민주당(180석)과 미래통합당(103석)은 전체 의석의 94.3%를 독차지하며 양당 독주 체제를 열었다. 거대 양당으로의 표 쏠림으로 군소정당의 존재감이 사라지자 격렬한 정쟁과 적대적 공생만이 존재했다.

3김이나 이명박, 박근혜 시대까지도 당내 비주류는 항상 존재했다. 하지만 문재인 집권기부터 한국 정당들이 당내 이견을 가진 사람들을 시스템의 이름으로,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배제해 나갔다. 이는 시스템을 가장한 전체주의다. 정당의 다원주의를 질식하게 한 데는 친문 팬덤의 책임이 크다. 이번에 친명이 그 역할을 대신했을 뿐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자 친윤 계파가 형성되면서 반민주적 색채가 강화됐다.

난장판 국회, 막장 정치가 끝나기는커녕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천 과정에서 기대할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22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절대 권력에 복종을 전제로 하는 패거리 부족주의의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극단적인 양강 대결 구도 틈새에서 제3지대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토론과 대화를 기반으로 성숙해야 할 민주주의가 퇴행하면서 전체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