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품질∙위생 다잡은 차별화된 딸기 체험 농장

작은 화분이라도 1년간 키워본 후 귀농 결심을

귀농청년 조기 정착 위한 현실적 지원 따라야
▲ 최연지 물오른딸기 대표가 귀농 2년 만에 딸기의 맛과 체험농장 이미지를 바꾼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양평에 터를 잡은 지 2년 만에 ‘양평 딸기’의 맛과 이미지를 확 바꾼 청년 농부가 화제다.

양평군 청운면 비룡리에서 ‘물오른딸기’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최연지(30) 대표가 주인공이다.

물오른딸기 체험농장은 양평에서 홍천 방향 6번 국도 바로 옆에 있어 접근이 쉽다.

흔히 ‘딸기 체험농장’을 떠올리면 비좁은 흙밭에 어수선함을 떠올리기에 십상이다.

‘물오른딸기’ 농장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딸기를 재배하는 공간과 공간이 넓고 쾌적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딸기가 자라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도록 바닥을 띄웠다. 바닥은 인조잔디 등으로 깔끔하게 마감해 신발에 흙 묻을 염려가 없다.

최연지 대표의 철학이 궁금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반듯한 직장을 다녔다. 예민한 성격 탓인지 적성에 맞지 않아 회사를 옮겨도 봤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딸기 농장이 나오는 방송을 접했다.

“내가 딸기 농장 운영하면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귀농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직장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지 않아서 괜찮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곧바로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로 향했다. 6개월 코스의 청년 귀농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1월 외할머니 고향인 양평에 터를 잡기로 결심했다. 체험농장에 초점을 두고 귀농창업자금으로 2000㎡ 규모의 스마트팜 농장을 설치했다. 그해 9월 설향 딸기 1만4000주를 친구들 도움으로 심었고, 12월 첫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농장 내부 330㎡에는 아이들 놀이 공간과 차를 마실 수 있는 장소로 활용했다.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딸기의 맛과 품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위생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최 대표가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딸기잼 만들기’ 프로그램 등을 하지 않는 이유다.

특히 2시간 코스의 체험에 9가족 약 30명씩 하루 3회 100명을 넘기지 않는다. 아이와 부모가 북적임 없이 편안하게 체험하고 맛보며 좋은 기억을 갖도록 했다.

게다가 딸기를 외부에 판매하지 않기에 체험농장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최상의 ‘특과’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농장이 일조량 좋은 곳에 있어 맛에서도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다.

최 대표는 “한번은 높은 일조량으로 딸기가 데인 적 있을 정도입니다. 밖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도 실온은 30도까지 오를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딸기가 맛있다고 올해만 벌써 6번을 방문한 가족이 있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 대표는 지난해 매출에 대해 조심스레 귀띔했다. 향후 7~8년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최연지 대표는 귀농을 염두에 둔 청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수익계산 없이 무모하게 도전한다며 귀농에 실패한 사례를 접하면 안타깝다. 농업 분야가 내 적성에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작은 화분이라도 1년 동안 열심히 키워본 후에 귀농을 결심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양평군에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양평으로 귀농한 후 초보 농군으로서 가장 답답했던 것이 어디에다 물어볼 곳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타 지역에는 ‘귀농 닥터’ ‘멘티 멘토’ 등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있는데 양평에도 귀농 청년 조기 정착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양평=글∙사진 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