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송도서 국제심포지엄
국내외 전문가, 우수한 가치 인정

관할 자치단체 반응은 '미지근'
세계유산 등재 따른 규제적용 우려
주민 눈치보기 급급…사업 지지부진
▲ 1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갯벌 세계자연유산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이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보전, 관리 체계를 발표 중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는 '인천갯벌'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관할 기초자치단체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지역주민들이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규제 적용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해양수산부는 1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갯벌 세계자연유산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 3주년을 맞아 앞으로 갯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특별 세션으로 라파엘 글레메드 IUCN 아시아사무소 선임 프로그램담당관의 '황해생태계에 대한 2023년도 IUCN상황분석'과 윌리암 셔더랜드 케임브리대학교수의 '황해갯벌 보전을 위한 협력방안'이 발표됐다.

황해갯벌은 한국과 중국, 북한 서쪽에 형성된 갯벌을 아우른다.

라파엘 글레메드 IUCN 아시아사무소 선임 프로그램담당관 발표에 따르면 황해갯벌은 세계적으로 독특한 범국경적 생태계이자 지구상 가장 큰 갯벌 생태계로 최근 각국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황해 연안인 보하이만(발해만)의 철새 보호지역을, 한국은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 1단계로 올렸다. 북한도 람사르습지 2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문덕철새보호구는 황해 상에 위치, 세계자연유사 잠정목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심포지엄이 열린 인천의 갯벌도 황해갯벌에서 허리에 있을 정도로 지리적으로 중요하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국내외 갯벌 전문가들은 오는 19일 강화갯벌을 탐조하며 인천 갯벌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살펴볼 계획이다.

인천시도 우수한 가치를 가진 인천 갯벌을 한국의갯벌 2단계로 등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하지만 기초단체가 한국의 갯벌 등재에 참여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갯벌을 관할하는 지자체들은 보호 지역 지정 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는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심포지엄에선 기초단체 관계자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 관계자는 “각 기초단체에 심포지엄 참석 관련 공문을 보냈지만 참석한 곳은 없었다”라며 “인천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선 기초단체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정구 한국섬재단 부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황해 연안 습지에서 인천갯벌은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라며 “인천갯벌의 등재는 인천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사안이다. 하지만 등재의 핵심은 기초단체의 동의인데, 아직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인천시와 해수부, 문화재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