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열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대표∙문학박사
▲ 이장열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대표·문학박사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선거가 후딱 있었다. 전국이 꽃들로 울긋불긋했다. 한 색으로 독점하지 않아서 아름답고 평화롭게 꽃 구경을 하는 맛이 났다. 선거도 평화로운 분위기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승자독식에 다양한 멋을 기대하기 힘든 시기를 막 지나고 있다.

꽃은 지고, 또다시 다른 꽃이 필 것이다.

아침에 핀 꽃을 저녁에 줍는 마음이 절실한 시기다.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 할 하수상한 시절에는 아직 벚꽃이 덜 떨어진 거리를 거닐어 보면 마음 한 구석에 아침 꽃을 저녁에 줍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꽃피는 시절에 필자는 인천에 있는 세계 최초의 음악길, '부평대중음악둘레길'을 거닐어 볼 것을 추천한다.

제주엔 올레길이 있다. 올레길은 자연생태길이다. 그 길을 거닐면 저절로 마음에 차분해진다. 제주 올레길도 처음에는 뭐지 했다. 세계에서도 빛나는 제주도의 풍광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민간이 조성했다. 지금은 제주 올레길이 세계적인 명소길이 되어 있다. 인천 부평대중음악둘레길은 한국의 대중음악밴드의 숨결이 스며있는 길이다. 지금도 왕성한 밴드 '사랑과평화' 이철호 뮤지션도 1970년 중후반에 부평 애스컴시티 미군기지와 부평 신촌, 부평 삼릉을 바쁘게 오갔다고 한다.

인천 부평대중음악둘레길은 제주 올레길이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유일한 가치를 지녔다. 부평에는 당시 세계적인 규모인 애스컴시티 미군기지가 존재했고, 가장 많은 미군클럽이 부평에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최초로 한국 청년들로 구성된 밴드(3인조, 5인조, 깜보밴드, 빅밴드)를 구성해서 전국의 미군 클럽으로 픽업한 장소가 유일하게 부평 삼릉에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중음악인들이 많을 때는 30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낮에는 기타, 드럼, 베이스, 트럼펫을 연주하는 풍경을 연출하 곳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인천 부평 삼릉은 한국 1세대, 2세대 대중음악뮤지션들에게는 애환이 서린 장소로 기억되는 이유다. 만(萬) 가지 이야기가 녹아 있을 듯한데, 1세대, 2세대 뮤지션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이런 한국에서 유일한 대중음악인 마을 부평 삼릉, 유일하게 한국에서 미군 클럽 픽업 장소였던 부평 삼릉, 지금 인천지하철 동수역 4번 출구 앞에 작지만 의미 있는 한국 1세대 대중음악인의 기리는 표지판을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 2019년에 세웠다.

부평 삼릉에는 필자가 만든 부평대중음악둘레길 3코스가 있다. 지금은 동수역 3번 출구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표지판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다. 현재 부평 삼릉에는 대중음악뮤지션들이 생활했던 옛 모습은 사라졌다.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섰다. 아파트 공사로 부평 삼릉 동수역 4번 출구 앞에 대중음악표지판은 공사장의 먼지와 소음을 견뎌내고 아직은 서 있다.

제주 올레길처럼 인천 부평대중음악둘레길은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유일한 음악길로서 손색이 없는 가치를 부평대중음악둘레길은 지녔다.

'부평대중음악둘레길' 3코스에 자리한 부평 삼릉 동수역 4번 출구 앞에 서 있는 대중음악 표지판에 나란히 서서, 1960년대 기타 메고, 드럼 들고 미군 지무스(GM) 픽업트럭을 기다리는 한국 청년 뮤지션들의 어깨에 새겨진 꿈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아른거리며, 아침 꽃을 저녁에 줍는 심정이 절로 절로 생긴다.

/이장열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대표·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