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항 5부두 기능 상실·수출물량 대폭 감소
항만 뿌리산업과 연관업계도 타격 불가피
▲ 자동차 전용 부두인 인천내항 5부두에서 한국지엠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5부두에선 30만여대의 완성차가 자동차 운반선에 실려 해외로 수출됐다.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한국지엠이 철수하면 인천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장 인천항 수출 물량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자동차 운반선과 카캐리어(자동차 운반차) 등 항만 뿌리·연관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인천 항만업계의 중론이다.
11일 항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항에서 수출된 완성차(중고차 제외)는 총 30만9492대다. 같은 해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선 33만6000대의 완성차가 생산됐다.
연간 30만대에 이르는 한국지엠 완성차가 인천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되는 것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량은 내수 판매용과 수출용으로 나뉜다.
수출용은 카캐리어에 실린 뒤 자동차 전용 부두인 인천내항 5부두로 보내진다. 다시 자동차 운반선에 실린 차량은 세계 여러 나라로 운송되는 방식이다.
5부두는 수출차가 전체 물량의 6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철재와 잡화 등이다.
한국지엠 물량이 사라진다면 5부두는 사실상 자동차 부두 기능을 상실한다. 5부두와 함께 내항 전체 물량도 크게 감소된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철수하면 내항의 대표적 수출품인 완성차가 빠지게 돼 인천항 전체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10개 민간 부두운영사(TOC)로 나뉜 부두 운영을 하나로 합치는 내항 TOC 통합 작업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내항 TOC 통합은 물량 감소 현상을 겪는 내항의 운영 효율화를 꾀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목적인데, 한국지엠 수출차가 빠진다면 통합 효과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항만 고유 뿌리 산업과 연관 업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내항에 입항하는 자동차 운반선은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을 높이기 위해 한국지엠 수출차와 수출용 중고차를 함께 선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한국지엠 수출차가 빠지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선사들이 중고차 물량까지 포기해 인천의 수많은 수출용 중고차가 평택항 등 다른 항만에서 처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항은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카캐리어와 항만에서 활동 중인 드라이버 업계도 불안감이 적지 않다. 인천상공회의소 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실어 내항 5부두로 운반하는 카캐리어는 총 100대이며, 5부두에 도착한 차량을 선박에 싣는 드라이버는 모두 70명이다.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 지원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사이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으며, 협력업체 직원들과 한국지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인천지역 고용시장 안정과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서둘러 한국지엠의 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지역 협력사 520여곳 무너뜨릴라 '경영 정상화·고용 대책' 속도내야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지 한 달이 지나가며 인천지역 고용기반이 휘청이고 있다.
한국지엠 직접 고용을 비롯한 도급·협력업체 종사자 5만2000여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한국지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본사와 부평공장, 기술연구소 등에 1만1500여명, 사내도급업체에 1100여명, 협력업체에 약 3만95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는 인천지역 제조업 취업자 35만3000명의 14.7%를 차지한다.
여기에 후방산업인 대리점과 정비센터, 차량 운송과 항만업계 인력 1000여명까지 감안하면 약 5만3000여명이 한국지엠에 생계가 달려있는 셈이다.
한국지엠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관련업계의 경영난 심화로 근로자들의 일자리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지엠에 희망퇴직을 접수한 인원은 25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앞으로 5000명까지 인력을 추가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이 휘청거릴 경우 인천에만 520여개에 달하는 1·2·3차 협력업체들도 생산물량 감소로 부도 위기에 처하며 고용 정리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내에선 한국지엠의 조기 정상화와 일자리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국지엠 경영 불안정이 지속된다면 인천지역 고용 시장과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국지엠과 협력업체 줄도산을 막고 지역 수만개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한국지엠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



▲잘나가던 대기업, 가파른 내리막길로 …
외환위기(IMF)가 터지면서 대기업 간 빅딜이라는 명분으로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대우자동차는 과도한 차입 경영이 발목을 잡으면서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2년 10월 GM이 대우를 인수하면서 GM DAEWOO(GM대우)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GM대우의 공식 출범 이후 2011년 3월에는 회사명과 브랜드에 '대우'를 뺀 한국지엠㈜와 쉐보레로 바꾸면서 한때 활기를 띠었지만 GM이 2013년 쉐보레 유럽 법인을 2016년 철수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하락세로 접어 들었다.
지난 한달간 GM과 한국지엠은 한국 정부와 노조로부터 최대한 지원과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신차배정, 유동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빠르면 금주 중 인천 부평공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부평공장에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신차를, 창원공장에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다목적차량·CUV) 신차를 배정해 한국 사업장에서 연간 50만대 생산량을 유지할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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