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이 모인 행사장에 갔다. '눈인사'나 '손하트'를 해야 하나 망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영향이라 하지만 내민 손을 거절하기가 익숙하지 않은 모습들이다. 한편으론 전염 예방의 사각지대라는 우려도 깊었다.

거리가 한산하다. 대형 유통센터와 재래시장에도 손님 발길이 대폭 줄었다. 신종 코로나가 기침, 인후통을 일으키는 비말(침방울) 감염, 호흡기 전파라는 걱정 때문이다.

또 주말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썰렁했다. 호흡기 증상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 보려는 현상들이다. 다중이 모이는 장소의 공동화가 현실이 됐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는 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전파력을 지닌 무증상감염을 경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03년 봄 중국 발 사스, 2012년 중동 발 메르스에 비해 더 심각한 전파력을 보이는 것 같다.

뜻밖의 재앙을 맞닥뜨리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뒤따랐다. "동네 약국에 품절돼, (대형 마트) 여기를 와봤지만 평소 이용하던 마스크 진열대마저 텅 비었네요." 지난 주말 마스크 구매 현장에서 만난 인천 연수구 A씨는 "정부의 촘촘한 비상 대처가 바로 이런 곳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현장 대처가 미흡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2일 오후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신종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결과 브리핑에서 "보건용 마스크 제조업체를 독려해 하루 1000만개 이상을 제조할 것"이라며, "생산 저조, 보따리상, 일부 업체의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마스크 판매 진열대가 채워질지는 아직 의문이다. 마스크가 비말 전염을 막는 일차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할 수 있도록 정부는 빈틈없는 공중보건 지원에 힘써야 한다.
인천을 다녀간 12번 확진자의 구체적인 동선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투명한 공개와 철저한 대응"이 있어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화를 불러오지 않을 것이다.

인천을 제외하고 지자체의 일선 교육기관들도 휴업에 들어갔다. 입학·졸업식을 취소하는 대학들도 많다. 경로당, 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과 체육시설 등도 임시 휴관하는 추세다. 경기도 화성시평생학습관은 올해 1분기 행복지음학교, 시민학당, 스스로학교 등의 30여 강좌에서 수강 포기 학습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신청한 수강생들도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난은 정치,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중국 덩샤오핑, 장쩌민이 주장한 중국 보통사람들도 풍요롭게 살 이상사회 건설의 목표는 시진핑 주석에게도 진행형이다. 시 주석이 내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1인당 국민소득 1만2000달러 선언의 '샤오캉 사회'(小康社會) 건설에도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 트럼프 미국 경제도 좋을 리 없다. 아베 일본 총리는 올림픽경기를 보러 올 관광객들이 탈 비행기가 텅텅 비게 되지 않을까 걱정될 것이다.

총선을 앞둔 문재인 정부도 신종 코로나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절대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미 신종 코로나 감염병에 따른 국가적 리스크가 여러 곳에서 예견되고 있다.

현실은 급박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국가적 재난 극복에 한국인의 저력과 결집은 뛰어났었다. 관내 보건소에 신종 코로나에 대비할 마스크가 공급됐다. 다수의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는 재난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살펴볼 일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는 대규모의 인위적 사고임에 분명하다. 우한 화난의 수산물도매시장이 폐렴 진원지로 주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난은 실질적인 위험이 크지만 '인간의 면밀한 노력이나 철저한 관리에 의해 상당부분 근절시킬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기침 한 번에 약 3000개의 비말이 전방 2m 정도로 분사된다고 한다. 중국을 방문한 후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관할 보건소, 지역콜센터, 질병관리본부 1339콜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KF80 이상 정도의 마스크 착용도 필수사항이다. 손 씻기, 기침예절도 지켜야 할 위기 극복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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