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코로나19 현장의 '데미안'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은 영웅이다. 정부의 대응이 국민의 신뢰 수준에 더 올라서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 믿고 인내해야 국민적 패닉을 극복한다.

청정 하와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진자가 다녀갔다. 18세기 말 역병에 시달렸던 과거를 딛고 사시사철 세계 도처에서 1000만명의 관광객이 하와이를 찾는다. 특히 중국, 일본인들의 대표 휴양 관광지다. 호놀룰루 직항 하와이안항공은 4월 말까지 인천 노선을 중단했다.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도 여긴들 피해 갈 리 없다. 바이러스는 인간이 사는 곳이면 어디라도 기생해 왔다.

역병은 인류 역사를 뒤흔들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생명을 위협한다. 경제생활은 도탄에 빠진다. 기침 한 번에 주위 사람들이 등을 돌린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마음의 평정이 기운다. 중국을 비롯한 80여 국가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절차를 강화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고립되고 있다. 고육지책이 낳은 수모다.

1778년 11월 '캡틴 쿡'의 하와이 마우이섬 도착은 폴리네시안들에게 놀랍고도 처절한 변화를 안겨줬다. 서구문명이 파생한 전염병이 창궐했다. 면역력 없는 하와이 원주민 인구를 대폭 감소시킨 원인이다. 18세기 중후반 50만명의 하와이 인구는 매독, 임질, 결핵, 인플루엔자 등으로 19세기 중반 8만여명으로 줄었다.

천혜의 물과 공기를 가진 하와이도 장티푸스,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을 견뎌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인류를 멸망시키지는 못했다. 숙주 없이 바이러스도 생존할 수 없다. <총, 균, 쇠 - 무기·병균·금속>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분석이다. 바이러스의 생존 전략은 인류 삶에 오래 자리 잡고 버티는 일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다.

세계는 지구촌이다.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노마드(유목민)의 시대다. 우리 모두 세계인으로 등극했다. 구미(歐美)가 하루 생활권으로 다다른다.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도 수월해진 환경이다. 또 도시와 도시를 잇는 교통, 도시로 집중된 집단 거주는 전염력을 높인다. 가까이 모일수록 바이러스의 힘은 준동한다.

코로나19 발원지 중국 우한은 1100만명의 거대 도시다. 교통의 요충지다. 잠재 감염자의 이동을 최대한 억제했다. 대한민국은 신천지교회의 여파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이에 따른 대구·경북의 폭증이 위기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분수령이 됐다. 하지만 2차 전파는 전국에서 확인되고 있다.

마스크조차 사기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례 없는 대응'을 주문했지만 아직 공항·항만의 문은 열려 있다. 중국과 인접한 몽골은 초기 국경을 폐쇄하고, 한국발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강력한 대처의 성과라는 평가다. 중국의 혈맹 북한과 러시아도 국경 문빗장을 걸어 잠갔다.
전 국민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대상이다. 정부와 국민의 위기 극복 역량을 결집해야만 한다. 전 국민이 감염 예방에 전력을 쏟아야 할 때다.

하와이 주정부 청사 앞에는 데미안 신부 동상이 서 있다. 데미안은 하와이 몰로카이 섬에 유배된 한센병 환자들의 아버지였다. 그도 나병에 걸려 섬에서 49세로 일생을 마쳤다. 당시 나병은 감염자의 기침, 체액으로 전염되고 긴 잠복기를 거치는 불치의 병이었다. 현대의학은 한센병 전염력을 불식시켰다. 코로나19도 극복될 것이다. 오늘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 현장의 데미안들이 고군분투한다. 그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영웅이다.

위기 상황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야, 국민 모두 한 치 낙관론도 위험하다. 가짜뉴스, 유언비어는 국민의 적이다. 철저한 진료, 그리고 격리가 핵심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집단 보호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정부의 대응이 국민의 신뢰 수준에 더 올라서길 바란다. 무엇보다 서로 믿고 인내해야 국민적 패닉을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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