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단톡방서 공개모욕 3명
명예훼손 처벌 검찰에 요청
"밤길 조심, 협박도 받았다"
형사사건으로 확대 가능성
▲ 인천공항경찰단 모 부서 직원 16명이 업무를 공유하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 갈무리. 이 자료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와 함께 검찰에 제출된 상태다.
현직 경찰관 10여명이 업무를 공유하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 동료를 바퀴벌레에 빗대 밟아 죽여야 한다고 하거나 미친 개XX라고 지칭하는 등 심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들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주장하는 경찰관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여서 이번 논란이 형사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1일 인천일보가 확인한 인천공항경찰단 모 부서의 1월31일자 단체 대화방에는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이 쏟아졌다.

낮 12시32분 A경위가 가장 먼저 입을 뗐다.
그는 "어제 우한 폐렴(코로나19)을 소독하러 온 업체 매니저가 쥐새끼만한 바퀴벌레가 있다고 했다"며 "여러분들도 확인하면 바로 밟아 죽여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한 폐렴보다 더 무섭고 더러운 바퀴벌레, 내 눈에 띄면 확인 사살하고 박멸해 버리겠다"며 험한 말을 이어갔다.

20분 뒤에는 B경위가 "미친 개XX는 없다"고 거들었고, 뒤이어 C경위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개XX를 적게 만나는 게 인간의 복'이란 글귀가 적힌 사진을 게시했다.

오후 1시37분 A경위는 다시 '바퀴벌레 잡는 법, 퇴치약 선택의 중요성'이란 제목의 블로그 주소를 올렸다.
특히 이들의 욕설은 직원들 간 원활한 업무 소통과 신속한 상황 전파를 목적으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개설된 업무용 단체 대화방에서 이뤄졌다.

당시 대화방에는 모두 16명의 경찰관이 있었다.
A경위 등 3명은 대화방에 함께 있었던 동료 D씨를 겨냥해 욕설을 내뱉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D씨가 이들의 비위 의혹을 감찰부서에 제보했고, 이들은 감찰 조사 대상자로 통보받은 상태였다.
감찰 조사를 받게 된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기 위해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감을 줬다는 게 D씨의 주장이다.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D씨는 이들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인천지검에 제출했다.
아울러 이들 중 한 명이 다른 경찰관을 통해 D씨에게 "밤길 조심하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선 협박죄로 처벌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욕설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A경위 등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