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범준 사회부장.<br>
▲ 박범준 사회부장.

소위 '뽕쟁이'는 마약에 손댄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힌 뽕쟁이는 자신이 받을 처벌을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마약 범죄를 제보하기 일쑤다. 그들만의 세계에선 이를 '누구누구를 내렸다'고 말하곤 한다. 뽕쟁이가 많은 사람을 내릴수록 마약 사건은 커질 것이고 처벌받는 사람도 늘어날 테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주의해야 할 사항도 존재한다. 뽕쟁이가 하도 거짓말을 잘해서 자칫 선량한 시민이 마약사범으로 몰리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명을 쓴 사람은 수사기관에 불려 나간 것만으로도 사회적 명예가 훼손될 것이고,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더라도 평생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유명 연예인 마약 사건'의 핵심 인물 김모(29·여)씨는 마약 투약 등 전과 6범에 달하는 뽕쟁이다. 김씨는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으로 일하던 올 3월부터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가장 먼저 경찰에 구속됐으며, 현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연예인 마약 투약 의혹은 김씨 입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배우 이선균(48)씨와의 친밀한 관계와 그에게 마약류를 건넨 사실을 진술하면서 이씨 역시 투약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다만 이씨는 지난 4일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인정도 부인도 아닌 모호한 진술을 했다. 두 사람 관계와 진술 등을 고려했을 때 이씨가 마약류에 손댔을 여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제 시선은 아이돌 그룹 '빅뱅' 출신 가수 지드래곤(35·권지용)의 마약 투약 혐의에 쏠리고 있다. 경찰도 그를 형사 입건하고 수사 선상에 올렸는데, 김씨 제보가 결정적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에 “지드래곤이 다녀간 화장실에서 수상한 포장지가 발견됐다”는 취지의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뒤집어 보자면 경찰이 확실한 물증 없이 마약 전과자 주장만으로 지드래곤을 입건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이달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명확한 물증 없이 진술만 갖고 수사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수사 대상자가 다른 사람 범죄에 대해 진술할 때 확인하지 않을 수 없으니 입건 전 조사(내사)를 한 것인데 그 내용이 알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뽕쟁이 한마디에 졸지에 마약 투약자로 의심받는 지드래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마약 투약을) 하지 않았다”며 “여실장과는 아무 관계가 아니다. (유흥업소 여실장 주장은) 제가 설명할 길이 없다. 저는 그분 행동이 이상한 거로 보인다. 저도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누군지, 뭐 하는 분인지 궁금하다. 제가 듣고 알기로는 그분이 마약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서 그 사람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저 또한 의구심이 많이 든다”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드래곤의 첫 소환 조사에서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간이 시약 검사를 진행했으나 '음성' 판정이 나왔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그의 손발톱에 대한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인데 분석 결과에 따라 지드래곤의 수사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 사건에서 지드래곤은 뽕쟁이 한마디에 피의자 신분이 됐다는 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건 경찰이 유일하다. 혐의 여부에 대해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려 추락한 유명 연예인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 또한 칼자루를 쥔 수사기관의 의무다.

/박범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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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안 했다”...억울함 호소 지드래곤, 모발 정밀 검사 ‘음성’ 마약 투약 혐의로 형사 입건된 가수 지드래곤(35∙권지용)이 마약류 간이 시약 검사에 이어 모발 정밀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해온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권씨 모발 정밀 검사 결과, 마약류 음성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다.다만 손발톱에 대한 감정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경찰은 이달 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를 받는 권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