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회장
▲ 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회장

150년 전 인천은 10여 채의 초가가 듬성듬성했던 고요하고 한적한 해안가에 불과했다. 이제 인구 300만을 목전에 둔 거대 도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세 번째이고 세계적으로도 3백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도시는 70여 곳 정도에 불과하다.

시는 이를 기념해 애인(愛仁)페스티벌을 포함, 다양한 자축행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인구만으로 도시의 질이나 경쟁력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인천에 인구가 모이는 이유를 단순히 집값이 싸서, 서울과 가까워서라고 한다면 인구 300만이 무슨 자랑일 수가 있겠는가. 대구시를 보더라도 인구가 정체돼 있고, 일본 오사카도 1965년 315만이었던 인구가 지금은 270만 정도에 불과하다.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도시를 잘 관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와 정신을 체계화하고 이를 가꾸고 계승하지 않는다면 여러 사정으로 인구가 수도권에 몰리는 현상과 서울의 치솟는 집값에 밀려난 서민들이 오는 변방의 도시로 명맥을 유지하게 될 뿐이다.

1997년 리더스다이제스트에서 선정한 아시아의 두 번째 '정직한 도시', 최근 도시 비교통계 사이트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CNN에서 선정한 인천에 있는 '한국 최고의 섬' 등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훌륭한 애인자원(愛仁資源)이다. 거기에 한때 '깨끗한 인천 만들기'로 불붙었던 시민운동을 계승해 어느 도시보다도 깨끗하고 질서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즉 어느 도시에도 매몰되지 않는 인천만의 자긍심과 문화적 긍지, 그리고 시민의 땀과 정성이 배인 도시의 관리이다.

인천하면 '짠물'을 연상하게 되는데 '짠물'이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척박한 환경에서 인천인들이 검소하고 짜게 생활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인천은 이런 모습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인천의 정신은 짠물의 정신이다.

짠물은 소금이고 18세기 소설가 박지원도 <열하일기>에서 중국에 자랑할 수 있는 조선의 네 가지 중 소금을 밖에서 들여오지 않는 것을 들었다. 소금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일 뿐 아니라 방부제이니 얼마나 좋은 정신으로 받들지 않을 수 있으랴. 개방과 혁신의 도시 인천, 질서 있고 깨끗한 도시는 인천이 지향하는 목표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자세로 10년, 20년을 겨냥해 하나하나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인구 300만 시대를 앞두고 유정복 시장이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다. 부디 지나가는 행사에 그치지 말고, 자라는 어린아이들부터 뿌리 깊은 인천의 정신과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가르쳐 주기 바란다.

시민운동은 자발적인 참여가 관건으로 이는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를 더 확대하고 조직화하여 이끌어가게 하면 될 것이다. 협의회를 중심으로 잘 기획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한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것이다. 인천의 인구 300만이 범죄, 교통사고, 공해, 쓰레기를 늘리는 골칫덩어리의 숫자인가, 아니면 인천에 사는 것에 긍지를 느끼고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파란만장한 부침의 역사 속에서 악착같고 끈질긴 정신으로 '인천'을 지킨 시민들이다. 뉴욕이나 시드니, 나폴리, 리우데자네이루처럼 이름나고 아름다운 인천을 우리가 못 가꿀 이유가 없다. /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