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안이 어수선해지면서 아이들도 그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우리가 사는 나라의 이야기이니 비껴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그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들을 살펴보면 우리의 삶의 자세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게 하고, 특히 내가 가르치는 문학이나 고전교과는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그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수업을 하며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인식하고 그 속에서 나의 삶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이야기 나누며 고민하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과거에 쓰인 문학이나 고전 텍스트에 머물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보는 눈을 기를 필요가 있다 생각해 수행평가로 시사비평을 실시한다. 학생이 관심 있는 시사문제를 조사해 발표함으로써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사실 이것을 시행하기 전에는 염려가 없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단순히 호기심어린잣대만 적용해 편파적인 발표를 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이 시간이 우리가 의도하는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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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활동과 마찬가지로 이것을 실시하는 의도를 제시하고 자료제작 방향을 잘 이끌어 준다면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이라 믿고 실시하기로 했다.

진행과정은 우선 학생들이 객관적으로 읽어낸 사회의 모습에 자신의 생각을 넣어 자료를 제작해 발표한 후, 친구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다.

막상 수업을 진행해 보니 나의 걱정과 달리 알찬 시간이 만들어졌다.

발표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선정한 시사문제에 대해 충분히 조사해 실태,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 등을 보여 주고, 문제점이 있으면 해결방안까지 제시함으로써 친구들이 다양한 시사문제에 대해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업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질의응답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친구의 발표를 듣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많은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한 것을 재차 설명해줄 것을 요구한 것도 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 중 친구가 놓친 내용을 짚어 주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인용하며 연관성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는데, 어려운 고전의 철학적 이야기, 환경이야기를 다루면서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할까 하는 생각이 많았던 나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질문과 답변 속에서 편향된 관점들이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었다.

그를 통해 발표학생과 듣는 학생 모두 성장해 가는 '함께 세상 읽기',

그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이과 반 학생 중 하나가 GMO 식품과 관련해 발표한 시사비평에 질문이 쇄도하고 그에 대해 반박하며 치열한 과학토론대회가 벌어졌던 시간,
존엄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생명경시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을 표출하기에 내가 우리 엄마가 돌아가실 때 가졌던 가족 사랑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울컥했던 시간,
동물학대에 대해 이야기하며 각자의 동물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다지던 시간들이다.

스크린 독과점, 일본과 위안부 합의, 아동학대, 간호사차별, 최순실 게이트, 백남기 농민 사망, 스포츠 승부조작, 경주 지진, 스마트폰 질병, 가상현실….

최근 이슈가 되는,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와 부합되는 시사문제를 탐구하면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사회를 읽으며 삶을 나누고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절망하기도 하지만, 바람직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고전텍스트에 우리 사회현실을 가져온 시사비평 시간, 그 속에서 교사인 나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주경애 용인 흥덕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