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매치플레이는 규정 라운드에서 최저타를 기록하는 것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스트로크 플레이와는 달리 1:1 혹은 2:2의 팀별 매치로 상대방과 매 홀에서 승부를 겨루는 방식이다. 매 순간의 샷이 승부의 향방을 첨예하게 가르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매치 플레이는 해당 홀에서 승패가 명확히 나뉘거나 홀 아웃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상대방이 퍼팅 마무리를 면제하는 컨시드를 행사할 수 있고 상대방과 샷의 순서는 철저하게 지켜줘야 하는 것이 스트로크 플레이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경기의 방식과 미국·유럽 간의 대륙 간 자존심 대결로 인해 팽팽한 신경전과 함께 응원전이 과열 양상을 띠며 그 재미를 한껏 돋운다.
스트로크 플레이라면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역대 솔하임 컵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예로 들어보자. 2000년 '골프 여제'로 불리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유럽 팀 멤버로 출전한 솔하임 컵이 그런 경우였다.
이 대회 둘째 날 소렌스탐은 13번 홀에서 칩 샷을 날려 단번에 홀에 집어넣으며 버디를 잡았다. 그러나 상대방인 미국 팀 팻 허스트는 싸늘하게 "내 순서가 먼저였으니 다시 쳐라"라고 주문했다. 흔치 않은 실수였다. 허스트의 볼은 온 그린이 되어 있었고 그린 주변 어프러치를 남겨둔 소렌스탐의 볼보다 홀에서 더 멀었기 때문에 먼저 쳐야 했지만 소렌스탐이 이를 모르고 먼저 친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소렌스탐은 샷을 취소하고 허스트가 친 뒤 다시 칩샷을 날렸지만, 이번에는 홀에 들어가지 않아 파에 만족해야 했다.
이에 소렌스탐은 섭섭함에 결국 눈물을 보이며 "규칙은 그렇다지만 이건 스포츠맨십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러한 눈물이 약이 돼 승부욕을 불태웠을지도 모를 터다. 소렌스탐이 속한 유럽팀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가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적으로 똘똘 뭉쳐 미국 팀을 14.5대 11.5로 누르고 승리했다.
어쨌든 소렌스탐의 사례는 매치플레이에서 결코 범해서는 안 될 실수로 꼽히며 여러 골프 관련 교육을 할 때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일화가 됐다. 그런 일이 있은 지 15년후인 재작년 9월 미국 대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 컵에서 벌어진 또 다른 컨시드 논란이다. 브리타니 린시컴과 한 조를 이뤄 미국 팀을 대표하던 앨리슨 리와 유럽팀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찰리 헐 (잉글랜드)이 포볼(두 선수가 각자 플레이를 한 뒤 좋은 스코어를 채택하는 방식) 경기를 하던 중 앨리슨 리 는 17번 홀에서 상대 선수들이 그린을 떠나자 45cm 거리의 자신의 볼을 집었다. 그러나 페테르센이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고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결국 앨리슨 리는 이 홀에서 패한 뒤 다음 홀도 내주면서 경기에 패했고 경기 후 펑펑 울었다. 오전까지 6대10으로 유럽에 밀렸던 미국은 오후 싱글 매치 12경기에서 8승1무3패 (승점 8.5점)를 기록하면서 유럽에 14.5대 13.5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미국의 캡틴 잉크스터는 "앨리슨 리 사건은 우리 선수들을 불타오르게 했다"고 말했다.
원래 골프 역사는 매치 플레이 형식으로 시작되었으며 1759년에 스트로크 플레이가 고안되기까지 약 400년 동안은 전부 매치플레이로 경기를 하였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매너의 스포츠'라는 골프지만 전통과 권위의 매치플레이에 각 대륙 간 자존심도 걸려 있어 개인은 물론 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만큼 감정적인 충돌도 종종 발생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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