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해고가 진행되자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자며 막고 나선 주민들이 있어 화제다.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모두 26명이 근무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동마다 설치한 경비원 숫자를 줄여 관리비 상승을 막고자 했다. 물론 관리소 측의 이런 결정 뒤에는 일부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다.

관리사무소로 직접 찾아가 인원 감축을 요구하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 동 대표와 관리사무소 관계자들도 경비원 감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대표자 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총 26명의 경비원을 10명만 남기고 감축하는 안이었다. 경비원들도 미리 알아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월초 경비원 감축에 대한 안내문을 게시하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것이다. 인건비 때문에 경비원을 해고하려는 결정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스스로 광고비를 내고 직접 작성한 호소문을 전체 단지 게시판에 부착했고, 호소문은 주효했다. "우리 삶의 터전을 위해 수고하시는 경비 어르신들의 인상분을 감당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게 우선" 이라며 "경비절감에 따른 과다한 업무 부담이 불가피해 어르신들을 혹사시킬까 걱정된다. 이들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부모님이라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선택하자."고 호소했다. 동조하는 주민들이 늘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투표가 진행 중이다. 듣기로는 70~80%의 주민들이 경비원 감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상 결과는 나와 봐야 아는 일이다. 하지만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과정만으로도 우리가 받은 감동은 남다르다. 사람의 가치가 온통 돈으로 평가되는 세태다. 인간에 대한 차별은 제도화한지 오래며 많은 사람에게 당연한 일로 여긴다. 이처럼 각박한 현실에서 이것은 분명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경비원 지신들도 이런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놀랍고 감사한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은 많지만 막상 변화를 위한 실천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나부터 바꾸자는 주장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세태에 비춰 이번 일을 세상을 바꾸는 첫 걸음이라 한들 누가 과장이라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