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대대적인 규탄대회를 열었다. 미등록이주민들에 대해 강제추방으로 일관하는 반인권적 행위를 중지하라는 요구였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등록이주민은 20여 만명(남성 13만9000여명, 여성 6만9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을 대상으로 올해 2월13일부터 9월30일까지 총 153회에 걸친 단속·순찰활동을 벌였다. 출입국관리소의 단속활동은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2014~2016년 사이 출입국 사범 39만352명을 단속해 이중 6만9000여명을 강제퇴거조치했다. 이들 대부분은 체류기간을 어긴 미등록이주민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 미등록 이주민에겐 '적발은 곧 추방'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이들이 느끼는 추방공포는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한다.

지난 1일 안성에서 일어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한 남성이 미등록 신분인 20대 태국인 여성을 유인해 끌고 다니다 결국 살해한 사건이다. 출입국관리소의 단속과 강제추방 앞에서 이들에게 다른 선택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연유로 범죄에 악용될 소지 또한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권은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누구에게도 지켜져야 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설사 미등록이주민이라 해도 인권은 동일한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 경기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 주장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강제추방에 앞서 이주민을 양성화하고, 출국권고를 먼저 하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 중 유독 이주민들에 대해 가혹한 주장을 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주장은 대부분 인종차별이나 편견에서 비롯된다. 가령 내국인과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기준을 달리하자는 주장이 그렇다. 국제법이나 규약 상 도저히 적용하기 어려운 주장이 한때 유력한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었다. 국격(國格)은 바로 이럴 때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인권처럼 보편적인 가치가 국제법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한층 높고 엄중하게 인식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강제추방에 앞서 출국권고를 먼저 하자는 주장은 결코 국익을 해치는 일이 아니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