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선거 열기가 뜨겁다. 4·10 총선을 관망하고 있자니 미국 남북전쟁(1861∼1865)과 소련 스탈린 정권의 대숙청이 떠오른다. 4·10 총선은 남북전쟁, 스탈린 대숙청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미국 남북전쟁은 북부(연방)와 남부(연합) 주(州)들 간의 전쟁이다. 4년간 전쟁으로 북부·남부 양측 62만 명이 전사했다. 당시 북부와 남부는 병력과 군수 물자 등 전쟁을 치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못했다. 어쨌든 양측은 병력과 물자를 확충하면서 전쟁에 돌입한다. 초반 주도권은 남부가 잡았다. 남부에는 로버트 리 사령관과 존스턴, 보르가르, 토마스 잭슨 장군 등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전쟁 경험이 풍부한 군지도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남부군은 북부의 수도인 워싱턴 코앞까지 진격하는 등 기세를 올린다. 반면 북부는 연전연패하며 패배한다. 이때 북부에 구원자가 나타난다. 링컨 대통령은 전투를 회피하며 사실상 내부 총질을 일삼던 총사령관 매클레인을 해임하고 변방에서 세월을 보내던 그랜트를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그랜트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북부군을 재정비하고 대반격에 나선다. 그리고 한 인물을 중용하는데 그가 바로 셔먼 장군이다. 셔먼은 남부의 요충지인 애틀랜타로 진격해 점령하고 애틀랜타를 초토화한다. 그리곤 남부 근거지 조지아주를 종단하며 철저히 파괴해 전쟁 수행능력을 제거한다. 일명 셔먼 장군의 '바다로의 행진'은 남부의 사기를 꺾어놓으며 북부로 승기를 가져오게 한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1937년부터 당과 군부에서 대규모 숙청을 벌인다. 특히 유능한 고위 군장교들을 숙청한 것이 문제였다. 4년간 전체 장교 가운데 무려 3만명이 투옥·숙청되었다. 그리고 빈자리를 무능한 정치군인들로 채워 넣는다. 전쟁을 이끌 장교들이 없으니 패배는 당연한 것. 1941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을 때 소련군은 제대로 반격도 못 하고 모스크바까지 밀리게 된다.

설 연휴 때까지만 해도 여당인 국민의힘의 총선 압승이 예견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갔고 더불어민주당이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공천 파동을 겪어 반사이익도 얻었다. 그러나 여당, 아니 정확히 용산 대통령실은 총선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았다. 정치 경험이라곤 전무한, 정치검사 이미지가 강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총선 사령관으로 내세웠다. 청년 및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이준석과 유승민을 사실상 숙청하며 당에서 내쫓거나 소외시켰다. 반면 초반에 죽을 쑤던 민주당은 내부 총질을 일삼는 비명계 인사들을 공천에서 과감히 배제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한다. 이해찬, 박지원 등 백전노장들을 선거 한복판에 내보냈다. 화룡정점은 조국의 등장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마치 셔먼 장군처럼 서울∼부산을 종단하며 보수진영에 균열 내고 있다. 이제 4·10 총선도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물론 선거의 승패는 알 수 없다. 그저 역사가 그렇다는 얘기이다.

▲ 조혁신 논설실장
▲ 조혁신 논설실장

/조혁신 논설실장